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최대 쟁점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관련, 두 정상은 기존 입장을 다시 피력했다. 시 주석은 여전히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우리나라의 후속조치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31일 이뤄진 당국간 협의에 입각해 미래로 나가자고 답했다. 극적인 사드 논란 해소는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두 정상은 이외 양국 현안에 대해 많은 의견 일치를 보며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관련해 한·중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가지 원칙에 합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발표했다. 양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등이다. 두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유엔안보리 관련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해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과 협의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전화 통화와 서신 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해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중간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깊숙한 논의가 이뤄져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상황에서 한·중 핫라인 개설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전화 연락도 쉽지 않았다”고 그간 상황을 설명했다.
양 정상은 또 경제, 통상, 사회, 문화 및 인적 교류 등 ‘소프트’한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국 협력을 정치, 외교, 안보, 정당 간 협력 등 ‘하드’한 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상 차원은 물론 다양한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문 대통령은 동북아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중 양국은 물론, 관련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한·미·중, 한·중·일 등 다양한 형태의 3자 협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중 양국은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합의한 7건의 MOU를 두 정상이 바라보는 가운데 서명함으로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지체돼 온 경제협력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내년 초 1차 협상 개최를 공식화했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은 한·중 산업협력단지 조성, 투자협력기금 설치 등 그간 중단된 협력사업을 재개하기로 하고 양국 기업의 상대방 국가에 대한 투자 확대도 장려하기로 했다”며 “이런 맥락에서 두 정상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된 것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서로 궤를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 측이 중국 내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 보호를 지원해 오고 있는 점을 평가했다. 시 주석은 한국 정부가 중국군 유해 송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 중인 점에 대해 사의를 나타냈다. 시 주석은 “저장성 당서기 시절 한국 유적지 보호사업을 지원했다”고 회고하며 “앞으로도 중국 내 한국의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 사업을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잡은 韓·中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비스와 투자 부문을 포함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협상 등 양국 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
두 정상은 2018년 평창에 이어 2022년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과 관련,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장이 되도록 긴밀히 협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초청했다. 시 주석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만약 참석할 수 없게 된다면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 및 동북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베이징=박성준 기자, 유태영 기자 alex@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