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장관은 지난 9월 말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과 2∼3개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1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렉스에게 꼬마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해줬다”고 밝혀 틸러슨 장관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식물인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틸러슨 장관을 퇴진시키고, 그 자리에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하는 내각 개편안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미국 언론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 해임을 유보하고 있으나 그가 물러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워싱턴 정가에 널리 퍼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북·미 대화는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날 “북한은 60일 동안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면 대화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이 지키지 않았고,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를 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이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보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발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4∼15일 태국을 방문하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북한 측 인사와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태국 주재 미 대사관 발표를 인용해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당초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이사회(CSCAP) 총회에서 윤 대표와 북한 측 인사의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백악관이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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