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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론 거둔 美…"트럼프, 틸러슨 무릎에 또 총 쐈다"

입력 : 2017-12-14 18:38:10 수정 : 2017-12-14 18: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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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틸러슨 제안 추인 안 해 ‘혼선’ / 하루만에 ‘조건없는 대화’ 부인 / 기존 대결과 압박 모드로 전환 / 틸러슨 경질설… ‘식물인간’ 평가 / 사전 조율없이 대화카드 던진 듯 / 백악관·국무부, 다른 北 메시지 / 美언론 “北과 대화 여지 사라져”
미국의 대북정책이 또다시 혼선을 빚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조건 없는 대북 대화’를 제안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추인하지 않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국가안보회의(NSC) 마이클 앤턴 대변인 등 백악관 관계자들이 12일(현지시간)과 13일 “지금은 대화할 시점이 아니고,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대결과 압박 모드로 돌아갔다.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까지 나서 “틸러슨 장관이 새로운 입장을 밝힌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미국 안보전문매체인 스푸트니크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틸러슨 장관의 무릎에 총을 쏘았다”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9월 말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과 2∼3개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1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렉스에게 꼬마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해줬다”고 밝혀 틸러슨 장관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식물인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틸러슨 장관을 퇴진시키고, 그 자리에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하는 내각 개편안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미국 언론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 해임을 유보하고 있으나 그가 물러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워싱턴 정가에 널리 퍼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대북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것을 ‘굿 캅, 배드 캅’(good cop, bad cop)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틸러슨이 굿 캅, 트럼프가 배드 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곧 물러날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조건 없는 북·미 대화 카드를 던졌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에 모순되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면 북한이 대화에 응할 여지가 그만큼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미 대화는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날 “북한은 60일 동안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면 대화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이 지키지 않았고,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를 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이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보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발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4∼15일 태국을 방문하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북한 측 인사와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태국 주재 미 대사관 발표를 인용해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당초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이사회(CSCAP) 총회에서 윤 대표와 북한 측 인사의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백악관이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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