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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서열화 부추긴 ‘대학 구조개혁’을 구조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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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4 20:57:15 수정 : 2017-12-14 20: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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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좋은 직장이라고 하지만 아닌 것이 있다. 학생을 모으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고, 모은 학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며, 과정을 마친 학생을 취업시키기 위해 이곳저곳에 알아봐야 한다. 취업을 위해 학생의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 일정 기간 일하도록 주문까지 해야 한다. 이는 학원이 아니라 대학 얘기다.

인구 감소와 성장 정체라는 근본적인 요인도 있지만, 뻔히 알 수 있었던 입학수요 감소에 눈감고 대책 없이 입학정원을 늘려줬던 데에도 문제의 씨앗이 있다. 게다가 문제의 싹을 키운 것은 ‘대학 구조개혁’인 것 같다. 얼마 전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과 재정지원을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재정사업과 정원감축을 연계해 지방대의 여건을 악화시켜 대학 서열화를 부추긴 것을 인정한 것이다. 작은 대학일수록 평가를 잘 받아 지원을 받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을 수밖에 없으니 그만큼 연구와 교육에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구조조정의 씨앗이 인력감축으로 자라서 양극화의 열매를 낳았듯이 구조개혁은 대학 정원감축으로 이어져 서열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창의적인 연구와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책을 보면 각종 단기지표를 들이밀며 소모적인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바꿔야 한다. 대학의 졸업생은 좋은 일자리를 얻어야 하지만 대학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연구와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좋은 대학은 누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아 바른 정책을 세우길 바란다.

엄태환·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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