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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초코파이와 남북의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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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3 22:35:23 수정 : 2017-12-13 22: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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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는 두 개의 원형 비스킷을 마시멜로로 붙인 후 겉면에 초콜릿을 씌운 과자다. 1917년 미국 테네시주 채타누가 베이커리에서 발매한 문파이(MoonPie)가 원조다. 요즘 우리가 즐기는 초코파이는 1970년대 초 동양제과 연구원이 미국 카페에서 우유와 함께 초콜릿 코팅과자를 맛보다 착안해 1974년에 개발한 것이다. 모양은 같으나 습도와 부드러움의 차이가 있다. 문파이는 바삭하고, 초코파이는 촉촉하다.

초코파이는 한류과자가 된 지 오래다. 전 세계 60여개 국에서 한 해 20억개가 팔리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홍차와 함께 먹는 최고의 간식이다. 베트남에선 제사상에도 오른다. 달콤한 초콜릿, 쫀득한 마시멜로, 부드러운 비스킷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개성공단에서는 2005년부터 북측 근로자들에게 1인당 하루 2∼9개의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지급했다. 근로자들은 집으로 가져가 따뜻한 물에 넣고 죽처럼 녹여 먹었다고 한다. 암시장에서는 비싸게 팔렸다. 7개를 팔면 근로자 한 달 월급과 같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2015년 북한산 초코파이인 ‘겹단설기’를 대신 공급하면서 반입이 중단될 때까지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다.

2000년 개봉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초코파이의 달콤함이 북한군을 유혹한다.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는 남한 이주혁 병장(이병헌)이 준 초코파이를 입에 밀어 넣으며 말한다. “고조, 우리 공화국에선 왜 이런 걸 못 만드나 몰라.” 그러자 이 병장은 오 중사를 불러 말한다. “형? 안 내려갈래? 초코파이, 배 찢어지게 먹을 수 있잖아.”

지난달 판문점 JSA를 넘은 귀순병사 오청성이 이 영화대사처럼 원없이 초코파이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총상으로 사경을 헤매다 의식을 회복한 후 병원 관계자에게 “초코파이를 먹고 싶다”고 말한 사실을 전해 들은 제과업체 오리온이 평생무료 시식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제조사 마케팅의 일환이긴 하나 초코파이는 정(情)이라고 한다. 달콤한 39g짜리 과자가 남북의 정을 다시 잇는 매개가 되기를 소망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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