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스타일은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전히 선거모드에 파묻힌 듯하다. 백악관 한쪽 벽면에는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카운티 단위)에 색깔을 입힌 대형 지도가 걸려 있다.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선언 등으로 열혈 지지층인 ‘트럼프빠’를 향한 정책을 펼치며 그 지도를 다시 살펴봤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방식을 생존싸움으로 묘사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그나마 열려 있다. 트럼프는 2015년 대선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래 이란, 쿠바, 중동, 멕시코 문제엔 초지일관 ‘오바마 지우기’에 방점을 뒀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 트럼프가 특정지역의 정책을 설명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방안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 경우는 없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햄버거 점심’과 중국 역할론, 전쟁 옵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을 거론했다.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모든 옵션은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국무부 등의 입장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윽박지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관계에 희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배경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국무부 등을 통해 북핵 관련 정보를 취득하고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언론의 시각에 안달복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2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가 눈길을 끌었다. 조윤제 주미대사 등 350여명의 양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도 기대하지 않았던 발언이다. CNN 등 미 언론도 틸러슨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길은 이런 곳에 있다. 대화에 방점을 찍는 외교정책 집행자를 초청하는 행사는 더 많이 마련돼야 한다. 폭스뉴스에서 비무장지대(DMZ) 영상이라도 방영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북핵 문제 해결에 우리가 할 일은 여전히 많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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