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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TV 좋아하는 트럼프와 북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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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3 20:59:47 수정 : 2017-12-13 22: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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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北과 만남’ 제안한 ‘토론회’ 같은 행사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TV 시청을 즐기고, 트위터로 의견을 제시한다. 독서나 기자회견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습관은 오래됐다. 대선후보 시절에도 아침 일찍부터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챙겨봤다. 정신건강에 좋은 폭스뉴스는 물론 ‘가짜 언론’ CNN도 그의 ‘새벽 옵션’에 등장한다. 방송 내용에 따라 얼굴을 이죽거리거나 고개를 끄덕인다. 짧은 평가를 끝낸 뒤엔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속내를 드러낸다. 하루 5∼10시간 TV를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만평가나 평론가들이 이런 그의 스타일을 놓칠 리 없다. 폭스뉴스 시절 트럼프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했던 MSNBC의 앵커 메긴 켈리도 트럼프의 이런 스타일을 활용했을 수 있다. 켈리는 최근 자신의 프로그램 ‘투데이’에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출연시켰다.

트럼프의 스타일은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전히 선거모드에 파묻힌 듯하다. 백악관 한쪽 벽면에는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카운티 단위)에 색깔을 입힌 대형 지도가 걸려 있다.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선언 등으로 열혈 지지층인 ‘트럼프빠’를 향한 정책을 펼치며 그 지도를 다시 살펴봤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방식을 생존싸움으로 묘사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생존싸움을 벌이기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3대째 권좌를 이어받은 김정은 시절에 북한과 최강대국 미국의 관계는 최악 수준이다. 그렇다고 겁먹은 표정을 지을 수 없는 처지이다. 그나마 김정은은 트럼프의 숱한 경고에도 맞상대하지 않았다. ‘말의 전쟁’에도 자신이 아닌, 노동당 고위간부와 조선중앙TV방송 등이 나서 대리전을 펼쳤다. 그래서인지 트럼프의 강경발언도 김정은 앞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지만, 화염의 상황은 실행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정치와 외교문법을 파괴한 트럼프가 작은 독재국가의 ‘로켓맨’ 체급만 높여준 셈이다.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그나마 열려 있다. 트럼프는 2015년 대선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래 이란, 쿠바, 중동, 멕시코 문제엔 초지일관 ‘오바마 지우기’에 방점을 뒀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 트럼프가 특정지역의 정책을 설명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방안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 경우는 없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햄버거 점심’과 중국 역할론, 전쟁 옵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을 거론했다.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모든 옵션은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국무부 등의 입장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윽박지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관계에 희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배경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국무부 등을 통해 북핵 관련 정보를 취득하고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언론의 시각에 안달복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2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가 눈길을 끌었다. 조윤제 주미대사 등 350여명의 양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도 기대하지 않았던 발언이다. CNN 등 미 언론도 틸러슨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길은 이런 곳에 있다. 대화에 방점을 찍는 외교정책 집행자를 초청하는 행사는 더 많이 마련돼야 한다. 폭스뉴스에서 비무장지대(DMZ) 영상이라도 방영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북핵 문제 해결에 우리가 할 일은 여전히 많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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