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느 날 ‘행복이 어디로 갈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때마침 두 사람이 지나간다. 아침 햇살처럼 표정이 밝은 사람과 금방 비를 몰고 올 회색 구름 같은 표정이 어두운 사람이다. ‘행복’은 잠시 망설인다. 이왕이면 어두운 사람에게 가서 힘이 되고 싶다. 사는 형편이 몹시 나쁜 것 같다. 그래도 신중을 기하려고 두 사람을 따라가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예상이 빗나갔다.

밝은 표정과 어두운 표정의 사람은 나란히 한 아파트 옆집에 살고 있다.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는 모양새도 비슷하다. 그런데 왜 표정이 그토록 다를까. ‘행복’은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한 사람의 집은 잘 정돈돼 있지만 모델하우스처럼 온기가 없다. 또 한 사람의 집에는 몇 개의 선물 뭉치가 놓여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쓰인 선물은 털 목도리와 장갑이었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집배원 아저씨, 긴 물걸레를 들고 다니느라 가끔 어깨가 아파서 큰 숨을 몰아쉬는 청소부 아주머니, 그리고 택배기사의 크리스마스선물 꾸러미이다. 그 옆에는 사과상자가 서너 개 놓여있다. 집주인이 베란다에 놓고 꺼내 먹는 사과와는 한눈에 보아도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고 맛나 보인다. 상자 위에 검은색 매직펜으로 ‘소망 고아원’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 주인은 그 선물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순간 ‘행복’은 망설이지 않고 그 주인의 품에 안긴다.

12월은 선물하기 좋은 달이다. 감사와 축복의 계절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은 큰 사랑과 수많은 봉사’라고 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올리브 슈라이너는 ‘자신을 위해서만 찾는 행복은 발견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행복한 게 과연 나만의 노력과 의지 때문인가. 내 행복에는 배우자의 희생이 물감처럼 스며들어 있을 것이고, 친구의 우정도 멋진 거름이 돼 줬을 것이고, 부모의 격려도 크기를 키웠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오늘 출근길에 안전하게 회사까지 태워다 준 버스기사, 냄비우동에 삶은 계란 한 알을 덤으로 얹어 준 마음씨 좋은 분식집 아가씨, 친정엄마가 보내왔다는 무공해 채소, 고춧가루를 나눠 주는 옆집 새댁 등 내가 행복한 건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의 따뜻한 사랑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내 차례가 아닌가.

인생은 난해한 철학책 같아서 한마디로 딱 정의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정직하다’라는 말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인생은 부메랑이다. 내가 받은 만큼 그 이상 부지런히 나눠 줘야 한다. 행복의 몸집을 불려 나가는 일, 그건 나눔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날, 멋진 산타 할아버지가 돼 따뜻한 행복을 나눠 준다면 혹한의 날씨가 무엇이 두려우랴?

조연경 드라마 작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