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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걸음마 아이도 정신건강 질환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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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2 14:14:56 수정 : 2017-12-12 14: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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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미국에서 정신건강 질환을 앓기 시작하는 환자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져 이제 영·유아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미국의 NBC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는 청소년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됐고, 이제 ‘사상 최저 연령 정신 건강 위기의 세대’가 등장했다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CDC는 미국에서 3세∼17세 연령층 중에서 정신·정서·행동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가 이 연령층 전체의 20%가량에 달하고, 숫자로는 1500만 명가량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유아, 아동, 청소년 중에서 5명 중 1명꼴로 정신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다. 특히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는 환자 중에서 치료를 받는 비율은 불과 20%에 그치고, 나머지 80%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성인이 된 뒤에 더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CDC가 밝혔다. 이 기관은 미국에서 1200만 명가량의 유아, 아동, 청소년이 정신 건강 치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경고했다.

NBC 방송은 미국에서 10대 소녀가 정신 건강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 그룹’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5년에 자살한 10대 소녀의 비율이 40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10∼24세 사망자의 사망 원인 중에서 자살이 2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NBC는 저녁 메인 뉴스 시간에 갈수록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는 정신 질환 문제를 시리즈로 심층 보도하고 있다.

CDC는 미국의 3∼17세 대상으로 정신 건강 질환을 조사한 결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6.8%로 가장 비율이 높고, 그다음으로 행동 장애 3.5%, 불안 장애 3%, 우울증 2.1%, 자폐증 1.1%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걸음마 단계의 유아도 정신 건강 질환

NBC는 정신 건강 관련 질병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걸음마 단계의 영·유아가 몇 시간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신경질을 내면서 발길질을 하는 것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우울증 증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조안 루비(Joan Luby) 박사는 “2∼5세 연령층 아이의 1∼2%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루비 박사는 “유아기에 우울증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 이후에 심각한 정신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비 박사는 “어린이는 인지적, 감정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과거에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 박사는 “그들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이 우울증 증세를 드러내는 선행 조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가 지속해서 슬픔에 빠져 있고, 자신감 결여 상태에 있을 수 있으며 이런 아이는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거나 친구들과 일정 기간 지속해서 놀지 않을 수 있다고 그가 지적했다.

◆두 살배기 아이의 우울증

미국의 한 여성은 2살 배기 딸이 1시간이 넘도록 공포에 질려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 여성은 딸을 소아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고,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은 정신 질환이 집안 내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2살 아이가 우울증에 걸린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루비 교수는 훈련을 통해 슬픔, 불안, 초조 등과 같은 감정을 어린아이가 인식하도록 하고, 부모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음으로써 어린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증세를 보인 어린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이 교수가 설명했다.

◆질풍노도의 시기 10대

전문가들에 따르면 10대 청소년기가 불안 장애 또는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미국심리학회(APA)는 미국에서 정신 질환 환자의 50%가량이 15세가 되기 전에 이미 정신 질환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13세에서 18세 사이에 2배가량 늘어나고 있다고 APA가 밝혔다.

청소년 우울증의 증세는 성인과 다르게 나타난다.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은 슬픔에 빠지기보다 신경과민 증세를 보인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했다. 청소년이 신경과민 상태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받으며 좋아하는 스포츠를 계속하지 않거나 친구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10대 청소년기는 자살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시기이다. 미국에서 매년 자살하는 청소년이 연간 5000여명에 이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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