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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정보도 개념도 없고…“北 지도부 제거작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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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0 10:00:00 수정 : 2017-12-10 17: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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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요원들이 동해안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해안으로 침투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그린 영화 제로 다크 서티(2012)의 하이라이트는 미국 해군 소속 특수부대인 데브그루(DEVGRU)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있는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하는 장면이다. 침투용 특수전헬기에 탑승한 특수부대원들이 어둠을 뚫고 파키스탄 영공에 침입, 빈 라덴 은신처에 강하해 그를 사살하기까지의 긴박한 과정이 세세히 묘사된 이 장면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때문일까. 지난 1일 공식 창설된 ‘김정은 참수부대’로 알려진 특수임무여단의 임무에 대해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사례로 드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00여명으로 구성된 특임여단은 기존 특전사 1개 여단에 병력과 특수전 장비를 보강하고 임무를 특화해 개편하는 방식으로 편성됐다. 특전사 여단이 북한 국지도발 대비, 북한 후방지역 침투, 군사시설 점령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달리 특임여단은 북한 전쟁지도부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뚜렷해질 때 선제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영화 제로 다크 서티의 진정한 주인공이 특수부대원이 아닌, 빈 라덴을 수년간 추적했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북한 전쟁지도부 제거 작전에서 특수부대보다 정보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군 안팎에서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통신장비를 설치한 채 교신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

◆실제 작전은 정보자산이 핵심 역할

적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을 포함한 특수작전들은 목표 지점에 침투, 표적을 제거하고 탈출하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길고도 긴 시간을 정보수집에 투자한다. 그렇게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려도 막상 작전은 성공하지 못하기도 한다.

참수작전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 과정을 살펴보자. 빈 라덴은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미국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가 소비한 시간은 13년에 달한다. 미국은 1998년 8월 중앙정보국(CIA)에 특별 부서를 만들어 빈 라덴 추적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 9.11 테러를 막지 못했고,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하기까지는 9.11 테러로부터 11년이 지나서였다. 이 과정에서 CIA는 수백명의 요원들을 동원해 알카에다 대원과 협조자들을 체포, 회유, 포섭하며 정보를 수집했고 무인정찰기를 투입해 아프간과 파키스탄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국가안보국(NSA)을 비롯한 정보기관들도 신호정보와 영상정보를 수집, 빈 라덴의 뒤를 쫓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수집능력을 갖춘 미국이지만 빈 라덴 사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1993년 10월 벌어진 소말리아 군벌 모하메드 아이디드를 체포하려는 미군 특수부대와 소말리아 반군간의 모가디슈 전투는 정보 수집에서부터 실패가 시작된 사례다. CIA와 미국 육군 정보부대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잠입해 아이디드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고, 아이디드 군벌의 무선통신 감청도 실패했다. 정보수집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아이디드 체포를 맡은 델타포스는 성과 없는 기습 작전을 4번이나 감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델타포스의 움직임을 확인한 아이디드측은 델타포스의 급습에 대비해 방어태세를 강화했고, 미군 특수부대원 16명이 사망한 참사로 이어졌다.
특전사 요원들이 강원도 황병산에서 혹한기 훈련을 실시하는 도중 사주경계를 하며 이동하고 있다. 육군 제공

우리 군은 어떨까.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지난 10월 13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군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군사적 동향에 대한 정보의 적시성이다. 미군이나 우방국에서 받는 정보의 적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군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원하는 정보를 제때 얻어야 하지만 미군이나 우방국이 제공하는 한박자 늦은 정보로는 감시공백이 불가피하다. 한반도 유사시 장소를 끊임없이 옮기며 북한군을 지휘할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정보수집이 가능한 감시정찰자산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관련 사업 진행속도는 지지부진하다.

국회를 통과해 확정된 내년도 국방예산에서 사단급 무인정찰기(UAV)는 정부안보다 276억원이 삭감된 1360억원으로 결정됐다. 유사시 정보수집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해상초계기의 성능개량 예산도 정부안보다 45억원 삭감된 544억원으로 확정됐다. 정찰위성을 독자 개발하는 425사업이 당초 예정보다 3년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정보공백을 메울 정찰위성 임차사업은 내년도 착수금 1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고도의 전략자산인 정찰위성을 타국에 빌려줄 수는 없다는 현실을 군이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 전쟁지도부 제거라는 중책을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특수임무여단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개인용 무선통신기를 소지한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개활지를 빠르게 지나며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

◆“특임여단을 람보처럼 생각하면 안된다”

군은 북한 핵실험이 거듭되면서 특수임무여단 창설 시기를 2019년에서 2017년으로 앞당겼다. 하지만 부대가 실질적인 작전능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장비들 대부분은 실전배치되지 않은 상태다. 북한 내륙 침투를 지원할 C-130 개량형 수송기 4대는 실전배치가 완료되지 않았다. CH-47 헬기를 개량한 특수작전헬기는 개발중이다.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고속유탄 발사기, 자폭형 무인기, 정찰용 무인기 등은 내년도 국방예산에서 착수금 3억4000만원이 반영돼 도입까지 최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심각한 것은 특수임무여단 작전에 필요하다고 소개된 장비 중 상당수가 특전사가 예전부터 수행했던 특수전임무에 적합한 장비라는 점이다. 휴대용사다리, 전술후레쉬, 소음차단용 헤드폰, 피아식별장비, 경량 방탄복, 방탄헬멧,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부투시기 등은 전쟁지도부 제거 작전용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특수작전에서 사용되는 장비로 특전사 예하 전 여단에 지급이 완료됐어야 하는 것들이다. 우리 군이 수십년 동안 특전사를 운영하면서도 특수작전에 필요한 장비 확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북한 전쟁지도부 제거 작전에 대해 군 수뇌부가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 내륙 지역 침투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1993년 10월 미국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진행한 모하메드 아이디드 체포 작전에서 특수전부대 수송을 전담하는 제160특수전항공연대 헬기 16대가 동원됐다. 소말리아 반군은 RPG-7 로켓으로 헬기 2대를 격추시켜 전투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미군은 악전고투 끝에 탈출했지만 18명이 죽고 84명이 부상했다. 지대공미사일 회피 능력을 갖춘 특수전헬기와 노련한 조종사들이 투입됐지만 싸구려 RPG-7 로켓을 막지 못했다.
미국 육군 82공수사단 장병들이 수송기에서 낙하해 침투하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육군 제공

성공적인 작전이라 불리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는 미군 특수부대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헬기를 타고 야간에 침투했고, 파키스탄 공군의 야간작전 능력이 제한돼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가능했다. 빈 라덴 경호원도 많지 않아 투입병력 규모도 작았다. 북한은 소말리아나 파키스탄보다 침투 환경이 더 열악하다. 평양 일대는 평양방어사령부와 호위사령부, 인민보안성, 국가보위성 소속 부대들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변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미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에는 쓸모가 없지만 침투용 헬기나 수송기는 충분히 격추할 수 있는 대공화기도 수백문이 배치됐다. 이같은 사정은 평양 이외의 지방이라고 다르지 않다. 무턱대고 C-130 수송기와 UH-60 수송헬기 개량형에 특수임무여단 전 병력을 태우고 지휘시설을 기습할 경우 전쟁지도부 제거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 전쟁지도부 제거는 복잡한 정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전략적 차원의 작전이다. 군은 물론 국가정보원 등 안보 분야의 역량을 한데 결집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모가디슈 전투 직전 소말리아 주둔 미국 특수부대는 국방부에 장갑차와 AC-130 건십 지원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그 결과는 소말리아 반군에 망신을 당하고 철수한 미군의 처량한 뒷모습이었다. 일당백이라는 특수부대원이라도 범정부적 지원과 체계적인 작전개념이 없다면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 특수임무여단은 람보가 아니다. 체계적인 작전과 운영개념, 범정부적 지원, 북한에 대한 정보 등이 필요한 전사들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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