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더 나은 삶터 만들기 위해… 도시 대상으로 진화 실험

입력 : 2017-12-09 03:00:00 수정 : 2017-12-08 20:47: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황연아 옮김/사이언스북스/2만5000원
네이버후드 프로젝트/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황연아 옮김/사이언스북스/2만5000원


사회성 높기로 정평이 난 까마귀는 도시에서의 적응력도 뛰어나다. 까마귀는 한번 도시에 적응하고 나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더라도 도시를 찾는다. 일본 도쿄의 까마귀들은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녹색일 때 호두를 떨어뜨려 자동차 바퀴로 껍질을 깐 뒤 회수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진화는 자연적 현상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이자 진화인류학자인 데이비드 슬론 윌슨은 현대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도시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중요한 진화의 현장이라고 설파한다. 그는 신간 ‘네이버후드 프로젝트’에서 인간의 문화와 행동, 심리를 분석하고 이를 규정하는 인간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인간의 도시를 개미나 말벌 같은 사회성 곤충들이 이루는 군락과 유사한 ‘초유기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초유기체를 유지하는 구성원들의 협력에는 ‘집단선택’이 있다고 본다.

대개의 진화학자는 연구를 위해 핀치가 서식하는 갈라파고스 군도나 미어캣 둥지가 있는 아프리카로 향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20년을 살아온 미국 뉴욕주의 빙엄턴을 연구 무대로 택했다.

저자는 빙엄턴의 공립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주민들의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장식, 차고 세일, 분실된 편지실험, 이웃사진 실험 등을 조사해 주민들의 ‘친사회성’을 측정했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들을 지리정보시스템(GIS)과 결합해 한장의 지도로 만들었다. 지도에서 빙엄턴은 ‘선의 언덕’으로 불릴 만한 뾰족한 봉우리들과 ‘악의 골짜기’라고 할 만한 깊은 골짜기들이 즐비한 산맥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선의 언덕은 건실한 시민이, 악의 골짜기는 공중도덕이 결여된 악당이 거주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저자는 언덕과 골짜기가 만들어진 원인을 찾고자 사회적 지원, 빈부의 차, 인구 밀도, 인종 구성 등이 주민들의 친사회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웃에 대한 신뢰를 뜻하는 친사회성이 어떤 우호적 환경 속에서는 “은행 예금이 복리로 불어나는 것처럼”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이에 따라 그는 골짜기를 언덕으로 바꿔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집단선택이론’을 주창하는 저자는 “진화론을 통해 인간 조건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피력한다. 저자의 연구는 ‘빙엄턴 네이버후드 프로젝트’(BNP)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2009년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려 화제를 낳았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