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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설계에 잘못된 출발… 위기의 유로존

입력 : 2017-12-09 03:00:00 수정 : 2017-12-08 20: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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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통합 수단인 단일통화 ‘유로’ / 제대로 작동할 시스템 없이 시작 / 유럽 경제는 침체… 분열 치달아 / 노벨 경제학상 스티글리츠 교수 / “세계 앞날 위해 대안 찾아야” 주장
유로/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박형준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유로/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박형준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유럽연합(EU)에 소속된 그리스는 2010년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후 그리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긴축정책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그리스의 실업률은 23%에 달했다. 반면 같은 EU 국가인 독일은 지난해 289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1964억달러 흑자 기록을 앞지른 수치다. 이처럼 유로존 내 독일, 네덜란드 등의 경상수지 흑자국과 그리스 등의 구조적 적자국 간의 불균형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007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그리스의 10.4배였지만, 2015년에는 15배로 확대됐다. EU 내에서도 독일의 구조적 경상수지 흑자가 문제로 여겨지고 있지만, 강제할 방법은 부족하다.

이 같은 현상에는 여러 원인 분석이 있다. 첫째는 그리스와 같은 개별 국가의 실패가 문제라는 점, 둘째는 유럽 정책결정자들의 정책 실패라는 관점, 셋째는 유로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 등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럽 경제 침체의 이유로 유럽연합(EU)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지목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번째 주장을 견지한다. 그는 신간 ‘유로’에서 유럽 경제 침체의 이유로 EU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지목하며 유로의 문제점을 짚어 나간다.

유로화는 1999년 1월1일을 기해 유럽 11개국의 단일통화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 2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19개국으로 늘어난 유로존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스페인과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이 줄줄이 구제금융을 받았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하면서 유로존 탈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저자는 유로가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국가들이 모인 유로존에서 단일통화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단일통화만 앞세웠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구조적인 결함이 발생해 오랫동안 작동하기 어려운 시스템이 됐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문제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부각된다. 경제가 침체되면 대개의 국가들은 소비와 투자 촉진을 위해 금리를 내리거나,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환율을 조정한다. 그러나 단일통화에 가입하면 개별 국가는 이자율과 환율에 대한 조정권을 잃게 된다. 그 결과 경제 체력이 약한 국가들은 위기에 빠졌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이때 국가에 남은 것은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줄이는 재정정책 권한이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는 위기에 놓인 국가에 구제금융을 주는 대가로 긴축 정책을 요구했다. 개별 국가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마저 빼앗긴 셈이다. 그 결과 위기 국가들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였어야 하지만 이와는 반대의 정책을 펴야 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EU 체제에 대한 환멸이 배경이 됐다. 영국은 유로존 회원이 아니었지만, 유로가 브렉시트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최근에는 유로와 함께 유럽이 흔들리면서,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하고 극우정당들이 세를 불리는 추세다.

저자는 유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유럽의 통합이라는 최종 목적이 유로라는 수단으로 인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럽프로젝트는 유로화에 대한 부정으로 희생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유럽은(세계는)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중략) 오늘날 유로존이 서 있는 위치에서 이러한 대안 중 하나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유럽을 위해서, 그리고 세계를 위해서 유럽이 그 일을 꼭 시작하기를 희망해본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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