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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힘들어도 아이 앞에서 담대한 아버지

입력 : 2017-12-09 03:00:00 수정 : 2017-12-08 20: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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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란 지음/정인하 그림/창비/9800원
뭉치와 만도씨/안미란 지음/정인하 그림/창비/9800원


“그런 건 개나 줘 버려.”

시장에서 양곡상회를 운영하는 최만도씨가 걸핏하면 내뱉는 말이다. 딸 아영이가 남긴 반찬도, 아내의 스트레스도 모두 뭉치의 몫이다. 그렇다고 만도씨가 뭉치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인간과 동물에게는 각자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 만도씨에게 옥상의 비둘기는 골칫거리다. 틈만 나면 상회의 콩을 훔쳐먹고, 제멋대로 옥상에 둥치를 튼다. 하지만 아영이에게는 그런 비둘기도 소중한 생명이다. 아영이는 알을 품은 비둘기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조용히 지켜보고, 뭉치에게는 특별식을 챙겨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만도씨네 가족은 등산을 갔다가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하고 혼비백산 달아난다. 얼마 전 멧돼지가 찻길까지 내려와 한바탕 소동이 있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도씨네 가족이 도망치다 망가뜨린 철조망 틈으로 멧돼지 일가가 빠져나온다. 들판이 도시가 되고, 산이 등산로가 된 현실에서 멧돼지 가족에게는 목숨을 건 피난길이다.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일자리에서 내몰리는 어른들, 자기만의 고민과 비밀을 품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삶은 만만치 않다.

안미란 작가의 창작동화 ‘뭉치와 만도씨’는 10가지 에피소드를 등장인물의 관점에 따라 해석한 그림책이다. 어린이동화에서는 드물게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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