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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재앙’ 이겨낸 모래언덕 ‘사각 틀’에 담다

입력 : 2017-12-09 03:00:00 수정 : 2017-12-08 20: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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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자 지음/마리/1만8000
사구/최경자 지음/마리/1만8000


“고향의 재앙을 바라볼 수만은 없어서 그대로 달려와 숨 가쁘게 지내온 지 십년,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그 시간 동안 곰삭은 게국지만큼 맛깔스러운 고향 내음에 내내 젖어 있었다.”

사진전에서 자신만의 시각을 보여 온 사진작가 최경자가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사구’를 출간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크레인이 충돌해 1만2547㎘의 기름유출 사고를 겪은 지역이다.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일이 기름을 닦아내 참사를 극복하는 기적을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태안에서 나고 자란 최 작가는 사고 현장과 봉사자들의 활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책에는 사고 전후의 모습만 담긴 것이 아니다. 최 작가는 사구가 변하는 모습을 매일 관찰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아닌,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첩해 본 모습이다. “바람이 불고 간 자리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러나 그저 아름다운 자국들이 남아 있다. 결결이 변신하는 모래언덕 속을 마구 들어가 떠나간 시간들을 헤매고 싶은 충동, 그 언덕 위에 그려진 바람의 독백.”

소설가 정도상은 최 작가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태안의 신두리 해안 사구는 말 그대로 ‘모래언덕’이다. 특별한 시간이란 빛이 일상과 다르게 작용하는 시간이다. 맑고 희고 큰 덩치의 구름이 많은 날일수록 저녁노을은 참으로 장엄하다. 그 노을의 붉은빛이 섬세하게 뿌려질 사구와 주변 풍경을 담기보다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시간에 보통의 풍경을 담아냈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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