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A할머니 집 ‘대청소’ 날이었다.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A할머니는 고령인 데다 장애가 있서 평소 집 정리가 쉽지 않았다. 양천구가 할머니의 집 청소를 돕기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양천구의 ‘공간 정리·수납 컨설턴트’들이 정리한 A할머니의 집. 베란다 정리 전(왼쪽)과 후의 모습. 양천구 제공 |
양천구의 공간 정리·수납 컨설턴트들은 지난달부터 교육을 받은 뒤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월∼금요일 하루 4시간씩 도움이 필요한 집을 방문해 주거 환경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청소를 넘어, 공간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을 재설계하는 역할이다. 수혜자는 대부분 노인이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다.
이날 찾은 A할머니의 집은 거실에 짐을 늘어놓고 정리를 할 수 있었지만, 집이 좁을 때는 야외에 돗자리를 깔고 찬바람을 맞으며 정리를 하기도 한다. 또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의 집은 며칠이 걸릴 정도로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김씨는 “수혜자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있는 분들이다 보니 도와드린다는 사명감이 있다. 정리가 끝나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주부’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공간 정리·수납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여성은 “일을 쉬던 동안 경력이 없어 취직이 어려운데 살림하던 사람들이 익숙하게 시작할 수 있다”며 “하루 4시간만 일하니 부담스럽지 않고, 노력하면 전문가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광진구가 양성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코칭&식습관 개선 플래닝 지도자’도 경력단절여성들이 주부의 강점을 살려 할 수 있는 일로 꼽힌다. 아동 요리 교육 전문가를 키우는 사업으로, 현재 30∼50대 여성 30여명이 이론과 실습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이 끝나면 방과 후 요리 체험 교실 등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주부 정모(47·여)씨는 “요리에 관심은 많았지만 관련 일을 하려면 창업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없어 두려움이 컸다”며 “막상 배워 보니 앞으로 길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후배’들을 위한 책임감도 생긴다. 정씨는 “우리가 잘해야 앞으로 사업이 계속될 테니 길을 열어주자며 수강생들끼리 ‘으쌰으쌰’하는 마음이 있다”며 “다른 경력단절여성들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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