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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하응백 '인문학과 함께하는 소리여행' 성황

입력 : 2017-12-07 19:36:27 수정 : 2017-12-07 1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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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 창덕궁소극장 목요일 저녁, ‘하응백의 인문학과 함께하는 소리 여행’ 강좌에서 문학평론가 하응백(56∙사진)씨가 30여명의 청중을 앞에 두고 꿈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인문학을 동원해 국악을 쉽게 해설한다는 취지로 진행 중인 7번째 강연 ‘조선 건국과 건드렁타령/ 정도전의 한양 건설과 한양팔경’에서 동서양의 꿈 이야기가 어떻게 국악과 연결되는지, 청중은 흥미롭게 그의 논리 전개를 따라갔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가나안 땅은 집단적인 꿈이었죠. 영국 작가 토머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라는 책에 등장하는, 여섯 시간만 일하고 노는 ‘어디에도 없는 땅’이라는 의미의 유토피아는 서양의 꿈이 되었습니다. 제임스 힐턴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 또한 대표적인 꿈이 되었죠. 중국에서는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이 오랜 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는 어땠을까요?”

하응백은 이어 신라시대 경덕왕 때의 ‘불국사’와 ‘석굴암’이 지니는 불국토의 꿈, 고려시대에 평화를 기원했던 ‘팔만대장경’의 꿈,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완성했던 ‘몽유도원도’에 담긴 집단의 꿈을 상세하게 설명해 나가다가 조선시대 경기민요 ‘건드렁타령’에 이르렀다. 강연 시작에 앞서 이윤경 경기 명창이 무대에서 선보였던 노래다.

“왕십리 처녀는 풋나물 장사로 나간다지/ 고비 고사리 두릅나물 용문산채를 사시래요/ 누각골 처녀는 쌈지 장사로 나간다지/ …모화관 처녀는 갈매장수로 나간다지/ …애오개 처녀는 망건장수로 나간다지/ …광주분원 처녀는 사기장수로 나간다지/ …경기안성 처녀는 유기장수로 나간다지”

이 민요는 한양의 전문상가를 노래하는 내용으로 정도전을 비롯한 조선 건국세력이 피와 땀으로 이룬 공간의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알고 나면 훨씬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노래라는 해석이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 7년 후 한양의 팔경(八景)을 묘사하는 시를 지어 바쳤고, 왕은 여기에 그림을 그리게 하여 병풍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스라엘의 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중국과 티베트와 신라와 고려를 거쳐 정도전의 꿈에 이르렀고, 이 꿈이 ‘건드렁타령’과 접속된 것이다.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가 대중과 유리된 국악 사설을 쉽게 해설한 ‘창악집성’을 펴내면서 국악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어온 하응백은 “우리 국악에는 때론 삶을 설겅설겅 건너가는 해학과 농담이, 때론 도도하게 슬픈 황홀경이 있다”면서 “국악을 좀 더 의미 있게 풀이하면 인문학과 국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강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강좌는 지난 10월 19일부터 10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거니와 ‘매화타령과 기생’(14일), ‘함께 눈뜨는 세상-심청가/ 심청가의 해학과 대동세상’(21일)을 남겨두고 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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