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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며칠 소낙비만 피해가자"…올해도 '실세·쪽지 예산'

입력 : 2017-12-07 18:59:08 수정 : 2017-12-07 18: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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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증액심사’로 밀실야합… 예결위 상설화 실현돼야 / ‘쪽지예산’ 구태 개선 여론 비등 / 각 상임위·예결위 소위 감액심사 공개 / 소소위 증액심사는 회의록도 안 남겨 / “증액사업은 지역구 의원 전시성 사업” / 국회에 ‘감사원 회계검사 기능’ 이전 / 사전예산제도 도입 등 필요성 제언도 정부의 새해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나흘 넘겨 늑장 처리된 올해에도 ‘실세 예산’, ‘쪽지 예산’이란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또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억 확보’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챙기기를 해마다 치적으로 홍보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여야 간 물밑거래로 야합하고, 날림 심의를 일삼는 ‘예산 적폐’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예산제도 개선을 촉구했지만 정치권은 “며칠 소낙비를 피해가자”는 식으로 소극적 대응만을 해왔다. 정기국회(9월1일) 이전까지 처리했어야 하는 결산은 이번에는 예산안과 함께 처리됐다. 지각 결산은 6년째 반복되고 있다.
정개특위 한국당 불참 ‘파행’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해 회의장 한쪽이 텅 비어 있다. 이날 전체회의는 한국당 불참으로 30여분 만에 산회됐다.
연합뉴스

예산적폐가 재연되는 근본 원인은 ‘비공개 증액심사’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예산 428조8339억원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4조3251억원이 감액된 후 다시 4조1876억원이 증액된 결과다. 각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의 감액 심사는 공개하고 있지만, 이른바 예결위 소소위의 증액 심사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는다. ‘실세 예산’과 ‘쪽지 예산’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7일 통화에서 “국회법에 근거도 없는 소소위에서 대부분의 쟁점 예산이 회의록 공개 없이 통과됐다”며 “증액사업은 여전히 지역구 의원들의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예결위가 특별위원회로 운영되면서 예산심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효율적인 의사진행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10월에 제출했던 정부의 예산은 9월로 당겨졌지만, 예결위의 예산심의는 다른 상임위 활동이 종료되는 시점에 가동된다. 15대 국회까지는 평균 10일 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18대 국회 이후 20여일로 늘어나긴 했지만 이 기간 동안 400조원에 달하는 사업을 검토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해 12월 예결위 상설화를 담은 국회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오랫동안 ‘낮잠’을 자고 있다. 예결위 상설화 주장은 매 국회 회기마다 반복됐지만 예산 편성권 약화를 우려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국회에 회계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정비하고 결산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예산 항목을 사전 또는 사후에라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특수활동비를 편성하더라도 사후 심의는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예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사전예산제도는 본예산 심의 전에 국민 의견을 수렴해 분야별 총량과 우선순위를 정해 의회에 보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당의 개입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신해룡 전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우리는 개별 사업단위로 예산을 보는 관행이 강해 (예산 심의에서) 어느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로 여야의 대립이 치열하다”며 “사전예산제도를 도입하면 전반적인 재정전략에 대한 논의와 개별사업에 대한 구체적 예산배정 논의를 분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도 지난해 주영진 서울대 객원교수 등을 통해 ‘한국 국회의 예산결산심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연구용역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예결위의 상임위원회화, 계수조정소위의 회의록 공개 등을 통한 투명성 강화,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의 국회 이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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