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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기름에 물…트럼프, 이스라엘 수도 인정 왜 했나?

입력 : 2017-12-07 18:45:30 수정 : 2017-12-07 21: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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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도 비판하는 美 중동정책 뒤집기 … ‘北核’ 악영향 우려/ 아랍권 후폭풍… 중동평화 위기 / 유엔·교황청까지 우려감 표시 / 美 국내정치 수습용으로 해석 / ‘러 스캔들’로 인한 위기 돌파 / 보수 지지층 결집 소재로 삼아 / 이·팔 평화협상용 카드 분석도 / 일각 “대사관 당장 안 옮길 것"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이며, 미국대사관은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진 미국의 중동정책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운데 어느 일방의 땅도 아닌 국제분쟁지역으로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미국의 기존 인식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선언으로 중동지역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펜스 앞에서 선언서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선언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은 오래전부터 예상됐지만 국제사회가 느낀 충격파는 강했다. 유엔과 교황청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남미 등 곳곳에서 우려감을 표시했을 정도이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어느 나라도 쉽게 공감하지 않는 문제에 굳이 개입하면서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선언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취한 대외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분담금 증액 요구 등으로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였다. 모두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안들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비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안을 실천에 옮기는 일관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분노 휩싸인 ‘팔’ 주민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공식 인정’ 선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자=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외교의 방식이 아닌 유권자들을 상대로 하는 국내정치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NYT는 아예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예루살렘 문제’는 외교 현안이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의 반응과 달리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여당인 공화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도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보수 성향의 평론가인 크리스토퍼 루디는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자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40% 이하의 낮은 지지율로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동기에서 강행한 공약 실현 과정으로 본 것이다.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방향도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날 소지가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상정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압박하려는 카드의 일환으로 이번 선언을 밀어붙였을 수도 있다. 예루살렘 수도 인정과 미국대사관 이전에 이어 팔레스타인에 대한 유엔기금 삭감 움직임, 워싱턴 소재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실 폐쇄 등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압박해 중동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나올 여지는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는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인 유대인 억만장자 셸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회장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자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복음주의자를 비롯한 보수적 유권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담아두면서 미국대사관 이전은 사실상 서두르지 않은 실리적인 접근을 한 다중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빌 클린턴 정부 이후의 인식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 의회는 1995년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통과시켜 사실상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다. 대통령과 총리 집무실 등 이스라엘 정부기관 대부분이 예루살렘에 있는 상태에서 자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두는 문제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6개월마다 대사관 이전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선언 자체에 방점을 찍었을 뿐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당장 옮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대사관 이전 부지는 서예루살렘에 있으며, 이곳은 애초 이스라엘의 관할지이다. 팔레스타인이 향후 수도로 상정하고 있는 동예루살렘 지역처럼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는 곳은 아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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