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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은 남산 같은 산악지역에 수천년간 건물이 차곡차곡 들어서 건설된 도시이다. 역대 점령자들이 돌산에 성벽을 만들고 성지를 건립했다. 가장 최근 건설된 벽은 팔레스타인 분리장벽. 그 너머에는 판잣집이 몰려 있다. 번영과 파괴가 공존하고 종교와 주술이 엉켜 있다. 외곽 곳곳에는 비상대피용 콘크리트 벙커가 설치돼 있다.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국제법상 어느 나라 소유도 아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자기네 수도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유대교의 통곡의 벽, 그리스도교의 성묘교회, 이슬람교의 황금사원이 등을 맞대고 있어 성지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9개국 10억 아랍인에 둘러싸여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700만 유대인들이 목숨을 걸고 수복전쟁을 벌이는 곳이 예루살렘이다. 이스라엘은 자동차 공장은 없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7년 9월 6일 밤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국가 명운이 걸린 문제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진다. 철저한 보상과 통큰 지원으로 인재를 키운다.

로비를 통해 미국을 주무른다. 미국의 금융과 언론을 장악한 뒤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역대 미 대선후보들은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이스라엘정치행동위원회(AIPAC) 행사에 불려가 지지 약속을 한다. 정치후원금으로 크게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후보들은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절차를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가 유대교 신자이며 딸은 결혼 뒤 개종했다.

1995년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제정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키로 했던 미국이 22년 만에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전임 대통령들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하면서 대사관 이전을 지시했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유엔까지 우려하고 있다. 11개월 뒤 치러질 중간선거와 러시아스캔들 수사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의 전략적 선택이 성공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격이 될지, 이·팔 간 평화협정 촉진제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모래 태풍이 덮칠지 걱정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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