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정세는 나날이 위기상황으로 빠져드는 데 정부 움직임에선 긴박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종교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 대화와 남북대화를 구분하면서 “북한 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남북대화는 북한 핵에 가로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이후 사상 최대 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진행되는데도 대화에 연연하는 모습이다.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미국 국무부 발언을 흘려들은 듯하다. 북핵 문제를 남북관계와 분리시켜 북·미 간 문제로 떠넘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남북관계 등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장담하다가 이제 와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면 북핵 전략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에 대해 “북한이 핵탄두를 장거리미사일에 장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완성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모두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에 파묻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을 정도다. 지금은 북한 핵능력의 기술적 증거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북한 ICBM 프로그램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석 달 뒤엔 북한이 미국 전역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능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한·미 간 북핵 인식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부의 느슨한 안보 인식 탓에 걱정이 커진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대북 전열을 굳건히 다질 때다. 대북 공조에 엇박자를 내면서 북한에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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