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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독서기가지본(讀書起家之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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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7 21:07:56 수정 : 2017-12-07 2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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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가문을 일으키는 근본이고(讀書起家之本), 올바른 이치를 따름은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요(循理保家之本),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은 가정을 다스리는 근본이며(勤儉治家之本), 화목·순종은 집안을 가지런히 다스리는 근본(和順齊家之本)이니 이 네 가지 가르침을 책상 위에 놓고 힘써 실천해라.”

다산 정약용이 귀양지인 전남 강진에서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내용 중 한 부분이다. 주자의 집안을 다스리는 네 가지 근본, 곧 ‘거가사본(居家四本)’을 인용해 한 말이다. 주목되는 바는 ‘글을 읽으라’는 당부이다. 집안을 일으키는 으뜸가는 방도가 바로 책을 보는 데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공자는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해서 먹는 일도 잊고, 학문을 즐김에 걱정도 잊으며, 늙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고 했던 것이다.

책은 글자의 기록이다. 인류 문화 보고가 바로 책이요, 책은 글자의 집합인 것이다. ‘사기(史記)’는 3000여년을 기록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택이 낳은 완벽한 인간학 교과서이다. ‘사기’의 탄생 배경을 보면 한나라 시대 저자 사마천의 간난신고 사연을 엿볼 수 있다. 등장인물 4000여명에 직업 수만 1300여개에 이르는 그 방대함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 교훈은 오늘에도 생생하다. 사마천이 “선조들이 정리해 놓은 옛날의 문서들을 논해 기록하도록 하겠다.(請悉論先人所次舊聞)”고 다짐한 게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에게도 빛나는 기록문화가 있다. 전문 사관이 조선조 500년을 적은 ‘조선왕조실록’이 있고 오늘날 대통령 비서실격인 승정원 승지들이 기록한 ‘승정원일기’ 등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은 6400만자,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 때 일부가 불탔음에도 무려 2억5000만자의 분량이다.

한국이 최근 유네스코(UNESCO) 산하기구인 국제기록유산센터(ICDH)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서 인류 기록문화의 허브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고 했다. ‘둔한 기록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는 뜻으로, 다산이 한 말이다. ICDH 유치로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정신문화대국이 될 날을 그려본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讀書起家之本 : ‘책을 읽는 것은 가문을 일으키는 근본’이라는 뜻.

讀 읽을 독, 書 책 서, 起 일어날 기, 家 집 가, 之 갈 지, 本 근본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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