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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라 주부의 손길이 바쁘다. 그런데 김치가 제맛을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또 한 번 죽고, 소금에 절여지면서 다시 죽고,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돼서 또 죽고,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혀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맛을 낸다. 이렇게 배추에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 것이 바로 김치다.

김치는 마냥 푸성귀 절임 정도가 아니고, 고른 영양소에 유산균까지 망라한 종합 영양식품이다. 김치를 담는 재료인 김칫거리는 배추나 무가 주이지만 열무·부추·양배추·갓·파·고들빼기·씀바귀 등 일흔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배추는 십자화과(十字花科) 식물로 김치를 담그는 주재료로 쓰인다. 여기서 ‘十字花’란 배추·무·냉이 등의 꽃잎이 십자꼴을 이룬 탓에 붙여진 이름으로, 배추는 주로 한국·중국·일본에서 극진하게 대접을 받는다.

배추와 관련해 ‘배춧잎’이라 하여 1만원짜리 지폐를, ‘벌레 먹은 배춧잎 같다’ 하여 얼굴에 검버섯이나 기미가 부쩍 많은 모양을 비유하기도 한다.

대개 첫서리가 내리는 10월 말쯤 추위에 약한 무는 미리 뽑지만, 배추는 첫눈 내리는 11월 말까지 놔둔다. 이로 인해 배추는 밭에 오래 두면 둘수록 추위를 견디려고 당이나 아미노산을 세포에 저장하기에 무서리 맞은 배추가 훨씬 더 달고 고소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배추는 독이 없고, 음식을 소화시키고 기를 내리며, 장위를 잘 통하게 한다고 돼 있다.

배추는 김치나 겉절이 말고 다른 반찬으로도 쓰인다. 겨울철 배추 겉대를 말린 우거지로 우겨낸 국이나 찌개는 일품이다. 지금은 겨울에도 채소가 넘쳐나지만 과거에는 배추와 같은 채소에서 뜯어낸 우거지나 시래기(무청)에서 비타민, 무기염류, 식이섬유를 얻었다. 이렇듯 배추에는 오랜 세월 이어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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