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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위서 동이전. “백성은 가무를 즐겨 나라 안 읍락에서는 밤에 남녀가 모여 노래를 부르며 즐긴다.” 이런 대목도 있다. “청결한 것을 좋아하고 술을 빚어 잘 저장한다.” 가무 자리에 술이 빠졌을 리 없다. 고구려 풍속을 이른 글이다. 고구려만 그랬을까. 부여, 삼한이 똑같지 않았을까. 같은 피를 이어받은 종족이니.

그런 전통 때문일까. 우리의 음주문화는 남다르다. 도쿄, 저녁 7∼8시만 되면 조용해진다. 미국도, 서유럽도 똑같다. 미주(美酒)로 소문난 중국은 어떨까. “밤 9시 이후 불을 켠 집에는 한국인이 산다.” 베이징의 한국 교민들이 하는 말이다. 얼큰히 취한 이태백,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지었다. “꽃 사이 술 한 호리/함께할 이 없어 홀로 잔 따르니…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이태백을 숭상하는 중국인도 어두워지면 바삐 가정으로 돌아간다. 불야성을 이룬 유흥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관대한 술 문화. 어려운 말 하나가 흔하게 쓰인다. ‘주취 감형’. 죄를 저질러도 술에 취했으면 형을 깎아 준다는 뜻이다. “술에 취해 그만….” 이 말 한마디면 죄는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심신미약, 심신상실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법률에 ‘요순시대의 교화’ 정신이라도 담은 걸까. 그 결과는? 주취자 천국으로 변했다.

그런 혜택을 톡톡히 본 사람은 조두순이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나영이 사건’. “술 마셨다”는 한마디에 무기징역은 12년형으로 감해졌다. 그의 출소를 앞두고 석방 반대 청원이 거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9월 6일 이후 61만명이 동감을 표했다. 청와대가 내놓은 대답, “주취 감형은 일반 감경 규정에 따른 것으로 폐지 논의를 신중히 해야 한다.” 나영이 아버지의 말, “출두하면 내가 먼저 찾아가 공격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불구가 된 딸, 10년 넘도록 그 딸을 지킨 아버지. 왜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가.

음주운전. 미국에서는 무기를 소지한 살인자 취급을 하며, 영국에서는 재범을 감옥에 6개월 동안 가둔다. 우리 사회는? 인권을 들먹이며 생떼를 쓴다. “그것이 우리의 수준”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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