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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얘기 집에서 문 잠그고 하겠다”는 안희정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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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6 23:17:06 수정 : 2017-12-06 23: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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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어제 초청강연에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면 집에 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아주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명쾌하게 답변하면 싸움을 붙이게 된다”면서 덧붙인 언급이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불편해 보이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닫았다.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다른 강연에서 문 대통령 지지층을 향해 “이견의 논쟁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하겠다고 하는데 네가 왜 문제를 제기하느냐’라고 하면 우리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 처음부터 ‘닥치고 따라오라’는 구조로 가겠다는 것은 잘못된 지지”라고도 했다. 지지층 일부가 배타적, 맹목적 성향을 보여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시의적절한 주문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극성 지지자들은 안 지사에게 “적폐 세력”, “너나 수련해라”는 등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어제 강연의 발언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 같은 진보진영의 정치인마저 문 대통령 지지세력을 두려워한다면 누가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어제도 인터넷에선 “야, 이 얘기도 문 잠그고 하지 그랬냐”, “회색분자”라는 따위의 비난성 댓글이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나’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했다. “이 회의는 소통하는 자리”라며 자유로운 의견개진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6개월 동안 틈나면 소통과 민주주의 정신을 외쳤다. 그런 ‘소통정부’에서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불통정부’의 폐해는 박근혜정부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비선 실세와 블랙리스트가 활개 쳤던 국정 농단 사태는 반대 의견을 힘으로 틀어막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제한 결과물이었다. 이런 일탈을 막겠다고 촛불을 든 사람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른 반대자의 목소리를 억압한다. 이견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은 전체주의에 이르는 길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이름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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