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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SNS는 편리하지만 위험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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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6 21:10:32 수정 : 2017-12-06 23: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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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악용… 자녀들에 올바른 사용법 교육을 ‘타임뱅크’라는 서비스가 최근 일본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전문가 등이 자신의 시간을 발행(판매)하면 원하는 사람이 10초 단위로 그 시간을 구입해 컨설팅, 강연, 인터뷰, 이벤트 등장 등을 의뢰할 수 있다. 전 일본 육상 국가대표인 다메스에 다이(39), 겐토샤라는 출판사의 대표 겐조 도루(67) 등 50명 정도가 심사를 거쳐 현재 시간 발행자로 등록돼 있다. 겐조 대표의 시간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1초에 68엔(약 656원)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시간 판매자 중 내 시선을 잡아끈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온라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트위터의 팔로어 수나 유튜브의 채널 등록자 수 등이 많은 게 경쟁력이었다. 직장이라는 오프라인 조직에 출근해 자신의 시간을 바치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돈벌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온라인 영향력은 그 사람의 가치로 평가되기도 한다. 일부 패션회사는 사진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의 팔로어 수가 많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팔로어 수가 그 사람의 판매력으로 직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갈수록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사용자가 누리는 혜택도 많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손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사람의 SNS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근황을 알 수 있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만 교류하는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최근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연쇄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악용 사례다. 범인은 SNS를 통해 범행 대상을 손쉽게 물색했다. 검색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먹잇감으로 삼았다. 지난 8월부터 불과 두 달 만에 9명이 희생됐다. 8명이 젊은 여성이었고, 그중 4명은 미성년자였다. 때 묻은 어른의 시커먼 속내를 알지 못한 채 능숙한 거짓말과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스마트폰과 SNS가 널리 보급돼 개인끼리 직접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이 이를 알아채기가 어려웠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물론 이 일로 SNS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SNS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다. 칼은 요리를 할 때는 훌륭한 도구지만 잘못 다루면 자신이 다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에게는 잘 맡기지 않는다. 맡기더라도 올바른 사용법과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가르치고 나서야 쥐여준다.

SNS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부모 세대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주기는커녕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 역시 아무런 대책 없이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중학생인 아들에게 SNS의 위험성에 대해 아는지 물어봤더니 학교에서 ‘특별수업’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서 조금 안심이 됐다.

아이는 “대충은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익명이라도 경찰이 추적해서 찾아낼 수 있으니 비방하는 글을 함부로 쓰지 말 것, 사는 곳이 노출될 수 있으므로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켜고 찍은 사진을 올리지 말 것, 낯선 사람과 채팅을 하지 말 것.”

연말을 맞아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안부를 챙기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을 챙기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게 아닐까.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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