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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밀실 흥정의 제물로 전락한 내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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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6 02:01:19 수정 : 2017-12-06 0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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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부담 주는 선심 예산 많아
국민의당, 與 2중대 역할 자임
전략 부재 한국당 패싱론 자초
‘부자증세’인 법인세·소득세법 개정안이 어제 밤 국회를 통과했다. 본회의 표결에 자유한국당이 불참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참여만으로 찬성표는 충분했다.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정부안(429조원)보다 조금 깎인 428조8626억원으로 정해졌다.

문재인정부의 첫 작품인 이번 예산안은 선심 정책을 추인한 정치권 당리당략의 결과물이었다. 예산안에는 미래 세대에 두고두고 부담되는 사업들이 수두룩하다. 공무원 9475명 증원과 최저임금 관련 일자리 안정자금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민간 사업자에게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아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들다. 내년부터 3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영세사업자에게 지원되는 이 자금은 일단 시작되면 중단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포퓰리즘 예산에 제동을 거는 본분을 망각했다.

국민의당은 캐스팅 보트의 힘을 이용해 당의 이익을 챙겼다. 당초 최저임금 지원을 반대하다 ‘1년 한시적 운영’으로 후퇴하더니 결국 이마저도 포기했다. 이처럼 주요 쟁점 예산을 여당 뜻대로 동의해주면서 상당한 실리를 취했다. 당 소속 호남 의원들을 위해 호남KTX 무안공항 경유와 새만금개발공사 관련 특별법 및 예산안도 얻어냈다. 예산과 직접 관련 없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협상 과정에서 꺼내 민주당 협력을 다짐받기도 했다. 민주당의 ‘2중대’ 소리를 들었던 국민의당이 어떤 가치와 노선을 지향하는지 의문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짬짜미’에 속수무책이었다. 전략 부재로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 등을 막지 못해 ‘한국당 패싱’이라는 조롱을 자초했다. 한국당이 여야 3당 합의문 발표 시 ‘유보’라고 피해나간 것은 비겁했고 뒤늦게 의원총회에서 반대 당론과 본회의 보이콧을 결정한 것은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다.

예산안 심의 과정은 밀실 흥정과 졸속·부실의 구태를 되풀이했다. 여야 원내교섭단체 예결위 간사들이 예산안조정소위가 보류한 사업·예산을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이는 ‘소소위’가 가동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3당 간사는 본청 337호실 등에 비밀리에 모여 막판 증액작업 등을 비공개 처리했다. 보류 사업 예산 129조원(172개 항목)을 주무르며 나눠먹었으나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다. 전문적, 공개적 심의는 헛일이 됐다. 지도부 협상은 속기록도 없다. 소소위 간사에겐 ‘쪽지 예산’이 쇄도했다고 한다.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꼴이다. 국민 돈이 허공에 날아가고 있다. 한심한 밀실 흥정에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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