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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요일인 1941년 12월 7일 새벽에 진주만 기습공격을 받았다. 일본 항공모함 6척에서 300여대의 전투기를 발진했다. 묶여 있었던 미군 비행기 188대가 파괴되었고 159대가 손상을 입었다. 미군과 민간인 2300여명이 사망했다. 전함 애리조나 등 18척의 함선이 침몰하거나 좌초됐다. 선전포고 이틀 만에 공격당한 미국인들은 분개했다. 언론들이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질러 2차대전으로 직행했다. 미국 항모들은 이듬해 B25폭격기를 싣고 가 도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도 기습공격 피해 주장과 분노한 여론 덕택이었다. 미국은 북베트남 어뢰정 3척이 1964년 8월 통킹만에서 미 구축함 매독스호를 선제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분노한 여론은 하원을 추동해 ‘통킹만 결의안’을 채택토록 했다. 나중에 미국의 자작극으로 드러났지만 전쟁이 터진 뒤였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개시한 것도 9·11테러에 대한 분노 여론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은닉 혐의가 결합됐기에 가능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 구매를 시도했다”며 여론에 불을 질렀다. WMD 추적에 나섰던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밸러리 플레임과 그의 남편 조지프 윌슨이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지만 무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미국이 북한핵 공습 계획을 저지시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때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막았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회견에서 말했다. 빌 페리 전 국방장관은 대북 공격은 물론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 계획도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여론은 폭발 직전이었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기에 고비를 넘겼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대북 선제 공격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상원 군사위 소속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한국에서 지금부터 미군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공격의 전단계 조치이다. 전쟁은 기습공격과 막대한 피해, 그리고 분노한 여론으로 촉발된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빌미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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