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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 기자의 엑스트라이닝] ‘준척급’ FA, 보상선수 포기한 까닭은

입력 : 2017-12-05 20:57:15 수정 : 2017-12-05 23: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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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구단 부담 줄여 준다지만 이적 못할 땐 몸값 인하 불가피 / 미흡한 제도 탓 일부 희생양도 이번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김현수(29)를 제외한 대어급 선수들의 거취가 결정됐다. 이제 ‘준척급’ 선수들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스타 선수들은 자신들이 칼자루를 쥐고 10개 구단과 FA 협상을 벌였다면 이제 남은 선수들은 사실상 원소속구단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 채태인, 롯데 최준석

이유는 보상규정 때문이다. 타 구단 소속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그 선수 연봉의 300% 또는 200%와 보상선수 1명을 원소속구단에 내줘야 한다. 특히 보상선수 규정은 이적의 걸림돌로 여겨졌다. 영입할 선수가 보상선수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누구나 인정해야 베팅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 한화가 FA 송은범을 영입하고 KIA에 보상선수로 내준 투수 임기영이 올해 국가대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를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올해 FA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넥센 채태인(35), 롯데 최준석(34), 이우민(35), kt 이대형(34) 등에 대해 원소속구단들이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데려갈 구단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원소속구단 역시 이들을 붙잡을 생각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보상선수에서 자유로워진 선수들은 팀의 주축이긴 했지만 30대 중반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은 없으나 젊은 선수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리빌딩이 대세인 요즘 분위기에 이들과 FA 계약은 부담스럽다. 300% 보상금도 짐이 된다는 구단들도 있을 정도다.

결국 이들은 다른 구단이 나서지 않을 경우 원소속구단과 헐값에 계약하거나 강제은퇴밖에 길이 없다. 실제 이우민의 경우 롯데가 은퇴 후 코치를 제의하기도 했다. 이렇게 준척들은 칼자루는커녕 칼 모양조차 못 보는 불리한 상황이다. 현 제도는 보상선수가 있건 없건 비슷한 조건의 선수들에게 앞으로 FA권리를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보상선수 포기라는 흐름이 선수 수준별로 보상제도에 차별을 두자는 ‘FA 등급제’ 도입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제도 개선의 갈림길에서 몇몇 선수들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송용준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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