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성냥팔이 소녀는 몇 번이나 성냥을 긋는다. 그것이 짧게 끝나는 환상이라 할지라도. 눈 오는 긴 겨울밤, 흰 눈빛에 반사되어 환하게 켜지는 불빛 속에서 짧은 행복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흰빛은 어떤 환각을 제공한다. 마법적인 탈세속의 느낌을 전해준다. 눈송이가 배고픈 성냥팔이 소녀에게는 문득 먹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을까.
팝콘은 원래 미국식 요리법으로 탄생한 음식이다. 영화관 앞에서 진한 버터향을 진동시키지만 팝콘은 가볍고 유쾌한 간식거리다. 영화를 보다가 잠깐 웃기라도 한다면, 잠깐 실수로 몸이 흔들거리기만 한다면, 커다란 팝콘 한 통이 다 쏟아지곤 한다. 그러나 허공 중에 몸을 하얗게 날리는 것이 팝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며칠 전 팝콘 같은 첫눈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첫눈을 보며 모두 휴대전화로 사랑의 인사를 쏘아댔다. 흰 눈이 주는 위안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서일까. 눈이 내리면 모두 배고픔을 잊고 행복해진다. 세상의 모든 절망이, 분노가 가라앉는 것 같다. 눈은 세상의 어느 구석에도, 굴곡이 진 곳에도 똑같이 내리니까. 세상 모두를 평화롭게 해주니까. 남과 북,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정치적 대립갈등도, 적대감도 사라질 수 있으리라.
‘펑’ 하고 팝콘기계에서 팝콘이 튀어 오른다. 허공 중에 팝콘이 눈처럼 날아오른다. 크리스마스엔 누군가와 팔짱을 끼고 걷고 싶다. 함께 눈 같은 팝콘을 먹으며 유년의 평화로 돌아가고 싶다. 몸의 모든 감각기관이 뻗어가 세상의 모든 이들과 화평할 수 있을 것 같은 크리스마스 밤이 그리워진다.
김용희 평택대 교수·소설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