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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앞세운 사드 보복과 부분 해제 / 구시대적·근시안적 국제정치관 / 대한제국·독립문 뜻 돌아보게 돼 / 한·중 정상회담서 짚고 넘어가야 120년 전에 자주독립은 시대적 과제였다. ‘독립신문’은 1896년 6월20일 독립문 건립 취지를 밝힌 논설에서 “조선 인민들이 독립이라 하는 것을 모르는 까닭에 외국 사람들이 조선을 업수이 여겨도 분한 줄을 모른다”고 했다. 이듬해 자주독립의 상징적 조치들이 잇따랐다. 고종은 8월 연호를 ‘광무(光武)’로 정한 뒤 10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즉위했다. 군주 존호를 황제로 바꾸고 연호를 독자적으로 세우는 칭제건원(稱帝建元)을 한 것이다. 중국은 ‘망자존대’(妄自尊大·분별없이 함부로 잘난 체함)라고 비난했지만 별 도리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11월에는 사대외교의 상징이던 영은문(迎恩門)이 헐린 자리에 독립문이 들어섰다. 이 사업을 주도한 서재필은 자서전에서 “영은문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다 우리나라가 노예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완전히 자주독립국이 됐다는 기념으로 새로이 독립문을 세우기로 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중은 1899년 양국 황제 명의로 통상조약을 체결해 전통적 동양질서의 유산을 공식적으로 청산했다.

그 시절 중국과의 관계를 돌아본 것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때문이다. 지난 3월 한한령(限韓令·한류 및 한국단체관광 금지)으로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은 중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10월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예상했던 대로 한·중 간 사드 봉합이 이뤄졌다. 중국 요구에 따라 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3불(不)’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발언 형식으로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3불에 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지만, 중국은 약속으로 여겨 3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됐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달 베이징과 산둥성의 오프라인 여행사에 한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2일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크루즈와 전세기, 온라인 여행상품 판매는 금지했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호텔·매장을 이용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조치인 데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 간 갈등의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다. 게다가 중국은 한·중 협의 과정에서 한 번도 사드 보복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사드 보복은 앞으로 한·중 관계가 정상으로 복원되더라도 잊어선 안 될 일이다. 내포된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대량살상무기도 아닌 방어용 무기체계 하나가 국가 간 관계를 뒤흔든 특이한 사례다. 우리는 왜 그런 보복조치를 당하는지 알지 못한다. 중국이 내세운 명분이 뚜렷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실리를 거둘 만한 조치도 아니다. 중국은 ‘중대한 안보 위해’ 때문이라지만 그 우려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태껏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해군 고위 관계자는 “우리 해군 이지스함 레이더도 중국 주요 지역을 탐지할 수 있는데 사드만 문제 삼는 것은 주한미군이 운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드 문제는 한·중 갈등이 아닌 미·중 갈등의 산물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정작 미국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G2(주요 2개국)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120년 전 중국은 국운이 기울던 때지만 지금은 국운이 흥성하는 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 대회에서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국제정치 인식은 힘의 정치에 기반한 지정학에 가깝다. 구시대적이고 근시안적인 패권주의다. 정부가 사드 보복을 흐지부지 넘어가면 언젠가 당찮은 이유를 들어 또 다른 보복을 가할지 모른다. 대중 외교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우리를 업신여긴 처사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 문제를 엄중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중 관계를 온전히 정상화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국격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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