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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性 중립 시대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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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4 21:30:41 수정 : 2017-12-04 23: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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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도시서 성 중립 화장실 급속 확산 / 공공정책, 성 소수자 존중 적극 수용 추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대폭 확충하겠다.” 지난달 말 영국 런던의 사디크 칸 시장이 밝힌 도시개발 계획 주요 내용 중 하나다. 노약자와 장애인은 물론 임산부와 어린이,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특히 성소수자가 이용 시 겪는 불편이나 혼란을 줄이겠다는 정책이다. 런던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양성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가난한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사디크 칸은 최초의 무슬림 런던 시장에 선출돼 화제를 뿌렸던 인물이다.

런던에는 이미 일부 대형 커피 체인점과 같은 민간 상업시설, 복합예술단지인 바비칸 센터 등 공공시설에도 성 중립 화장실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다양성의 도시라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이런 시설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스웨덴, 미국 등 일부 주요 도시에서도 성 중립 화장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여성, 남성, 임산부, 장애인 픽토그램과 함께 성 중립(Gender Neutral) 혹은 모든 성(All-Gender)이 표기된 시설이다. 2015년에는 미국의 백악관 행정동에도 성 중립 화장실이 설치됐다.

성 중립의 추세는 화장실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직업을 표현하는 폴리스맨, 파이어맨, 체어맨, 스튜어디스 등의 단어가 영어권 언론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신 폴리스 오피서, 파이어파이터, 체어퍼슨, 플라이트 어텐던트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남녀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남녀 성을 구분 짓는 장난감과 동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남녀 어린이 모두를 위한 아기 인형도 출시되고 있다. 중등 및 고등 수준에서도 남녀를 나누는 체육 교과와 기숙사가 상당 부분 감소했다. 2014년 2월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150여개 미국 대학의 기숙사가 남녀 공용이다.

런던의 성 중립 화장실 확충은 이런 최근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공공정책도 성 소수자 존중을 적극 수용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신분도 보장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오리건주도 2015년 10월 주 신분증에 ‘성 중립’을 선택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성 중립을 주장하는 직원이 한 회사와의 소송에서 승리한 다음 해 등장한 입법이다. 회사는 해당 직원을 지속적으로 여성으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5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성 중립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여성을 분홍색, 남성을 파란색으로 표시하는 구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위한 시설 확충에는 논란이 있다. 2016년 강남역 부근 화장실 살인사건으로 인해 남녀 분리의 요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성 중립 존중은 화장실 시설에서 남녀 분리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공공시설에는 남녀 분리 시설 외에 성 중립 공간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에도 필요한 공간이다. 선수 외에도 기자와 관광객을 합치면 수십만이 집결하는 국제 행사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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