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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대신 ‘악마’를 만든 금주령 14년 미국이 대공황 초기인 1933년 12월5일 14년간 실시해왔던 금주법을 폐기한 것은 얼핏 우환이 겹친 모양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그것은 차라리 ‘환란 속에 기쁨이 있다’는 말이 어울렸다.

미국인들을 천사처럼 만들려던 이 법으로 얼마나 천사 같은 국민들이 생겨났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이 법으로 생겨난 ‘악마’들은 너무 크게 눈에 띄어서다.

금주법 아래서 밀주나 주류 밀수입으로 성장한 마피아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세 좋게 실시한 이 법을 그만두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맞은 대공황은 너무 좋은 기회였다.

금주법으로 술은 물론 그 원료인 과일 등의 수요도 줄어들었다는 아우성에 못 이기는 척 정부는 이 법을 치울 수 있었다. 금주법에 관한한 대공황은 울고 싶은 데 뺨 때려 준 격이었다.

금주법은 역사상 수없이 실패한 개혁이나 ‘적폐청산’의 하나다. 실패로 끝난 게 아니라 부작용만 낳은 점에서 ‘코브라 효과’를 연상할 수도 있다.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 총독부가 코브라가 너무 많은 데 기겁해 코브라를 잡아 오면 포상한다고 했다. 그러자 농민들은 코브라를 잡는 한편 기르기도 했다. 그래서 코브라 포상금이 더 늘어나기만 하자 총독부는 포상을 중단한다고 했다. 이에 ‘코브라 농가’들이 기르던 코브라를 ‘방생’해버리자 코브라가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금주법으로 오히려 무허가 주점이 더 늘어났다는 비공식 집계가 이를 말해준다.

그럼에도 미국의 금주법이 교훈이 되지 못했는지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는 금주령이 나돌고 있다. 교리상 음주를 금하는 이슬람국가들은 물론 술과 무관한 힌두교의 인도에서도 몇몇 주에서 금주를 실시한다.

그 결과는 미국의 경우와 판박이다. 밀주가 성행하고, 그 과정에서 싼 메틸알코올을 써서 죽거나 눈이 머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밀주를 단속하는 관리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도 너무 낯익은 풍경이다.

양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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