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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부족한데 수혈 펑펑… ‘만사血통’ 고치자

입력 : 2017-12-03 20:46:48 수정 : 2017-12-03 20: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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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공급 달려… ‘적정 수혈’ 목소리
겨울이 되면 기부와 훈훈한 온정의 소식이 풍성해지지만 헌혈에서만큼은 예외다. 추위와 학생 방학 등의 이유로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계절이다. 저출산·고령화로 혈액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헌혈을 늘리기보다 혈액 수요를 줄이는 것은 어떨까. 실제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혈액 부족 실태와 어떻게 수혈 수요를 낮출 수 있을 것인지 알아본다.

겨울은 추위와 학생 방학으로 혈액이 부족한 계절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헌혈 줄었는데 수혈은 펑펑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일 기준 혈액보유량은 일평균 4.6일분이다. 적정보유량 5일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O형과 A형 혈액은 4.0으로 가장 낮다.

한국 헌혈자 73%는 10∼20대가 차지한다. 주 헌혈자 인구는 감소하는데 수혈의 73%를 차지하는 50대 이상 및 중증질환자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혈액 부족의 또 하나의 이유이자 더 큰 문제는 높은 혈액 사용량이다. 헌혈받은 혈액은 수술 중이나 수술 후, 빈혈 치료 등에 쓰인다. 하지만 수혈 외 대체 치료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한국 의료현장에서는 수혈이 과도하다.

실제 일본은 인구 10만명당 28단위 혈액을 사용하는데 한국은 46단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 혈액관리학회장(국립암센터)은 “정부가 제정한 수혈 가이드라인에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7g/dL 이하인 경우에만 수혈을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행적으로 과다한 수혈이 이뤄지고 있다”며 “심지어 12g/dL일 때도 수술 후 수치 저하를 우려해 미리 수혈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수혈이 환자 치료에 최선이라면 줄일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 수혈은 부작용이 많이 따른다. 잘못된 수혈로 인한 사고는 최근에는 많이 줄었지만 혈액형이 같더라도 남의 피를 수혈받으면 면역 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수혈 받은 혈액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보고 체내 면역세포가 이를 공격하는 것이다. 발열, 두드러기 등이 나타나거나 피가 덩어리져 혈관을 막기도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이런 수혈 부작용이 3200여건 발생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수술환자 22만7425명을 분석한 결과 수혈받은 환자가 그러지 않은 환자보다 합병증 발생률은 80%, 사망률은 두 배나 높았다. 또 미국 외과학회 전국 조사 결과 수혈을 적게 할 경우 합병증과 입원기간이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 여러 암 환자의 경우 수술 전후 수혈하지 않았을 때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현 인제대 일산백병원 교수는 “혈액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환자의 건강을 위해 수혈은 적절한 상황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혈액관리 프로그램 도입과 제도 개선 필요

수혈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셀세이버(Cell saver)라는 장치는 수술 중 출혈된 혈액을 체외에서 수거해 원심분리기로 혈액 성분을 분리한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장치다. 자신의 혈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혈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술 전후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는 데는 정맥 철분주사로 대체할 수 있으며, 조혈 효소 주사도 수혈 대신 환자 치료에 쓰인다.

수혈의 부작용과 다양한 수혈 대체 치료법이 알려지면서 수혈을 최소화하하는 혈액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술 전 철분제 복용, 합성 조혈제 투여 등 사전 조치를 취하고 수술 중에는 셀세이버 등을 활용하며 수술 후 보존적 처치를 실행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를 활용한 적정 수혈이 일반화 됐다. 미국은 1996년 에인절우드 병원에서 무수혈환자 치료 경험을 중심으로 환자 혈액관리를 시작해 현재까지 확산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3년 로열 콘월 병원에서 환자 혈액관리를 시작한 뒤 현재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07년 서호주에서 주 보건의료시스템에 환자 혈액관리를 도입해 2011년부터 전역에 시행했다. 2014년에는 국가 혈액정책을 발표하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호주와 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수혈 적정성 평가도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려대병원·순천향대병원·인제대백병원 등 전국 20여개 종합병원에서 무수혈 수술을 도입해 연간 700여명이 무수혈 수술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병원 차원의 노력과 의료 현장의 인식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맥 철분제와 셀세이버 등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혈에 대해서는 의료 적정성을 평가하지 않는 등 제도적 문제점이 있다.

김영우 회장은 “수혈을 최소화할수록 치료 효과가 향상된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대체 치료는 거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많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대체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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