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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남태평양 핸더슨 섬에서 2015년 발견된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를 등껍질로 쓰고 있는 오막손참집게의 모습은 섬뜩했다.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 이 섬의 모습은 처참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보석’이라고 소개되는 섬이 알고보니 ‘세상에서 가장 동떨어진, 세상에서 가장 오염된 섬’이었다. 최근 ‘플라스틱 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펩시 문신 바닷가재’가 등장했다. 캐나다 동남부에 있는 섬인 그랜드머낸에서 잡힌 바닷가재 집게발에 펩시콜라 상표와 똑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가재의 몸에 그런 문양이 어떻게 새겨지게 됐는지는 몰라도 바닷속 쓰레기 때문임은 확실하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무인도로 알려졌던 핸더슨 섬에는 17.6t이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쓰레기의 99.8%는 플라스틱이었다.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육지와 바다를 오염시킨다. 육지의 플라스틱은 그나마 눈에라도 띄지만 바다에 가라앉아 있거나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보이지도 않는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은 5대양에서 목격된다. 남태평양에 있는 쓰레기 섬은 인도대륙보다 넓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작년 세계경제포럼에서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바다를 떠돌다 서로 부딪치고 자외선을 맞고 파도에 부서지는 과정을 거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이다. 전체 바다에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양보다 6배 이상 많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있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바다는 깨끗하지만 바다 밑은 스모그가 낀 것 처럼 뿌옇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국내 24개 정수장 중 3곳에 1L당 0.2~0.6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환경부 발표가 있었다.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지만 미세 플라스틱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먹는 고기 생선 채소에도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온 죽은 물고기와 새의 모습은 인류 미래일 수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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