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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애들이 페트병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재활용 열풍 가져온 '쓰레기 자판기'

입력 : 2017-12-02 13:00:00 수정 : 2017-12-02 12: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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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페트병 수집해 돈으로 적립해주는 인공지능 자판기 '네프론'/ 경기 과천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중

 

지난달 29일 오후 신모(7)양이 경기 과천에 설치된 쓰레기 수거 자판기 '네프론'에 페트병을 넣고 있다.

“쓰레기 버리러 왔어요!”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과천에 거주하는 신모(7)양은 고사리손으로 비닐봉지에 든 빈 페트병과 캔을 꺼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천천히 숫자를 내려가던 신양은 “지난 1주일간 페트병과 캔을 12개나 모았다”며 뿌듯해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양의 할머니도 함께 맞장구쳤다.

이들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찾은 장소는 분리수거장이 아닌 경기 과천 중앙공원이다. 이곳에는 일명 ‘쓰레기 자판기’가 설치돼 있기 때문. 빈 페트병과 캔을 자판기에 집어넣고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돈을 적립할 수 있다. 빈 페트병 하나의 가격은 10원, 캔은 하나에 15원이다.

신양은 이날 135원을 모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총 모은 금액은 1600원이나 됐다. 신양의 할머니는 “집에서 나온 생수병이나 음료수 캔을 아이 혼자 모으기 시작했다”며 “환경보호에 대해 공부도 하고 스스로 재밌어해 자판기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싱긋 웃었다.
 
스타트업 수퍼빈이 만든 쓰레기 수거 자판기 '네프론'의 모습. 아이들의 접근이 쉽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스타트업 수퍼빈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만든 쓰레기 수거 자판기 ‘네프론’은 지난해 경기 과천 일대에 들어섰다. 현재 과천에는 중앙공원, 시민청사, 정보과학도서관 등 공공기관 5곳에 설치돼 있고 지난달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경북 의성 휴먼시아 아파트에도 설치가 완료됐다. 이번 달에는 서울 동대문구, 은평구에 각각 2대씩, 경북 구미에도 6대가 들어설 예정으로 자판기는 점차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네프론의 특징은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됐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휴보(HUBO)라는 인공지능이 탑재돼 다양한 캔, 페트병 모양을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수퍼빈 관계자는 “캔이나 페트병이 자판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수많은 사진이 서버로 전송돼 이를 인식하게 된다”며 “새로운 모양이 나타날 때마다 계속 학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하는 캔과 페트병은 상태에 상관없이 모두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인지 궁금증이 발동한 기자는 직접 검증에 나섰다. 빈 페트병 하나를 구한 뒤 발로 마구 밟아 자판기에 집어 넣어보기로 했다. 페트병이 거의 반으로 접힐 만큼 납작하게 구긴 뒤 네프론 자판기 안으로 집어넣었더니 놀랍게도 단번에 인식이 됐다. 이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니 역시 10원이 적립됐다. 똑똑했다.
 
다양한 페트병을 아무렇게나 구겨서 넣어도 AI(인공지능)가 제대로 인식한다.

이렇게 들어간 페트병과 캔은 자판기 안에서 종류별로 압축돼 차곡차곡 쌓이고 내부용량이 꽉 찼을 시에는 자동으로 관리 서버에 알림을 넣어 재활용 수거차를 부른다. 보통 재활용 수거 과정은 역 피라미드 구조를 띤다. 종류가 같은 재활용끼리 모으기 위해 분류와 분류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판기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수거부터 분류를 자동으로 하므로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시민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

네프론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생 박재원(23)씨는 “전날에는 40대 아주머니 한 분이 7000원가량의 페트병과 캔을 한가득 가지고 오셨다”면서 “인근 주민뿐 아니라 주변 식당에서도 병과 캔을 가져와 2500여개 저장 가능한 자판기를 하루에 두 번 비울 때도 있다”고 인기를 전했다. 과천에 설치된 자판기는 하루 평균 400~500건, 주말에는 700건 이상의 이용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기자의 취재 중에도 자판기를 이용하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판기를 사용하던 정지수(64)씨는 “집에서 사용한 생수 페트병을 모아놨다가 운동하러 나오면서 자판기를 찾아 넣고 있다”며 “돈보다 재활용품을 수거해 환경보호에 앞장설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과천시민 우경안(60)씨도 “모임에서 들어 자판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페트병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만족스럽다는 평을 남겼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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