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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전원을 반드시 꺼주세요. 사진 촬영은 불가능합니다.” 공연장에서 흔히 듣는 안내 방송이다. 관객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일부 관객에겐 이런 방송이 ‘쇠귀에 경 읽기’인 모양이다. 얼마 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휴대전화 사달이 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이 끝난 뒤 객석에서 울린 기계음이 악장 사이의 정적을 깨트렸다. 연주가 끝난 라벨의 협주곡 1악장 뒷부분이 그대로 녹음된 소리였다. 공연을 녹음하다 버튼을 잘못 눌러 재생된 것이라고 한다.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조성진은 2악장을 시작하지 못하고 기계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낯부끄러운 관람문화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연주의 집중력을 깨고 관객 감동을 망친 공연 중 휴대전화 소동은 비일비재하다. 2013년 8월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 중이었다. 사건은 정명훈 감독이 1악장을 조용히 이끌고 있을 즈음 객석에서 난데없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연주가 시작된 것. 휴대전화 착신음이었다. 이 ‘사건’ 후 말러 9번 1악장에는 웃지 못할 ‘벚꽃엔딩 협주곡’이란 별명이 붙었다.

공연 ‘훼방꾼’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홀은 공연 전 일부러 휴대전화 벨소리를 크게 방송해 관객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 등 일부 공연장은 전파차단기를 설치해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서면 휴대전화는 자동으로 ‘먹통’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범 도입했지만 당시 정보통신부가 불허결정을 내려 불발됐다.

연말 공연 특수를 맞은 공연장과 기획사는 요즘 휴대전화 비매너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처음으로 이달부터 공연장 에티켓 책자를 제작해 나눠주는 등 관람예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다. LG아트센터도 얼마 전부터 안내방송에 그치지 않고 공연 매니저가 나서 관람예절을 신신당부하고 있다. 공연장에서 문화인이 되는 길은 ‘꺼진 휴대전화도 다시 보는’ 배려심을 갖는 것이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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