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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간호직 공무원 증원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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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30 20:52:06 수정 : 2017-11-30 2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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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을 예측하고 선제로 대응하기 위한 1차 보건의료가 강조되고 있으며, 그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인 방문간호사의 역할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방문간호사는 노인, 장애인, 임산부와 영유아, 빈곤위기 가정 등 아프고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이웃을 ‘찾아가서 간호해 주는’ 건강 매니저 역할을 한다. 이런 중요성에도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2007년에는 2000여 명의 보건소 방문간호사가 모두 기간제 계약직으로 고용됐다. 2011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을 정부가 권고했으나, 오히려 고용부담을 이유로 이들을 무더기 해고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장숙랑 중앙대 교수·간호학
성과는 있었을까. 많은 연구들은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정책적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꾸준한 방문과 상담을 통해 빈곤 만성질환자의 자기관리 능력을 향상시켰다. 노인의 허약 상태와 우울증을 20~30% 개선하는 효과도 입증됐다. 더 중요한 성과는 건강과 경제적 취약성의 악순환에 빠진 이웃을 사회가 외면하지는 않는다는 신뢰를 구축한 것이다.

이런 뚜렷한 성과에도 여전히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바로 서비스 전달자로서의 지위와 역할 때문이다. 전문적 서비스를 기획·생산·전달까지 책임지고 있음에도 현재 2000여 명의 방문간호사 모두가 계약직이다. 방문간호사는 현장에서 책임성과 창의적 대응이 필요한 사람이나, 신분의 불안정성은 이에 장애가 되고 있다. 유사한 일을 하는 간호직공무원 등과 급여 수준에도 큰 차이가 난다. 방문간호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간호직 공무원으로 채용돼야 한다.

첫째, 노동가치를 기반으로 한 문제이다. 방문간호사는 대주민 서비스는 물론 보고서 작성 등 여러 행정업무도 하고 있다. 비록 입직 과정이 달라도 업무 유사성을 고려할 때 고용 형태와 처우가 현격히 다른 것은 서비스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주민 대응성 관점이다. 고령화시대, 건강을 위해 ‘찾아가는 것, 방문’의 가치는 증폭된다. 지역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자치 거버넌스 체계에서 관계의 중심이 되는 방문간호사의 역할은 점차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지속적 관리와 주민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현재 고용구조로는 계약기간 만료로 2년 만에 그만두거나 타 지역 또는 직장으로 이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셋째, 역할과 권한 간 부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문간호사는 빈곤 취약계층을 찾아가서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일정한 행정 권한이 주어져야 하나, 계약직으로서의 권한은 너무 제한적이다. 서비스 콘텐츠에 어울리는 권한과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

요즘 공무원 증원 예산을 놓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간호직공무원 증원은 단순히 돈 문제도 아니고 특정 직종의 처우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우리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장숙랑 중앙대 교수·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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