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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외로운 계절을 다시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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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30 20:45:28 수정 : 2017-11-30 20: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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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생존·번식률 높이기 위한 경보
자신의 생각·인식서 비롯되는 경우 많아
12월이다. 올해도 이제 한 달만이 남아 있다. 겨울 찬바람은 이젠 가을이 갔음을 알려준다. 계절에 따라 감정도 울적해진다. 따뜻함이 그립고, 햇볕이 그립다. 한여름의 따가운 빛이 그렇게나 싫었건만 언제 그랬나 싶다. 계절 우울증이 시작되는 것 같다. 계절성 우울증은 매해 같은 시기 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계절감정장애이다. 주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시작해 3월이나 4월이 돼야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해가 짧은 겨울에 우울함이 커지고 밝은 봄이나 여름에는 훨씬 더 쾌적하고 활기차게 느낀다. 쌀쌀한 공기가 사람의 기분을 다운시키기는 하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기온보다는 일조량과 더 관련이 있다.

그러나 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찬바람이 불고 일조량이 줄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이란 진화론적으로 생존과 번식률을 높이기 위한 생물학적 주의경보 시스템이다.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다른 사람을 찾게 되고 그래서 집단을 형성해 같이 사냥하고 먹이 찾기가 더 수월해진다. 또 집단을 지어 다니게 되면 맹수라든지 다른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또한 외로움은 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한 갈망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외로움은 인간의 관계 욕구를 자극해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본능은 현대 사회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게 되면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 만성적인 외로움은 학습이나 기억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우울증을 일으키며 심리적 건강에 해를 준다. 뿐만 아니라 외로움은 스트레스 호로몬인 코티솔을 상승시키면서 관련 질병을 일으켜 악영향을 미친다. 동맥경화증, 심장병, 뇌졸중 같은 신체적 건강에도 치명적이고 암 발병률도 높인다. 또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회복을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외로움이 깊어지게 되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실제로 타인이나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이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조기사망을 14% 이상 증가시킨다고 한다. 외로움이 비만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외로움으로 인한 조기사망 가능성은 비만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보다 두 배나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외로움은 실은 자신의 생각이나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지나치게 가혹한 곳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지나치게 긴장하는 경우이다. 다른 사람이나 상황 등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또 필요 이상의 많은 걱정을 하고 모든 것을 경계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럽지 못하고 차갑게 대하면서 방어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부메랑이 돼 다시 자기에게 돌아온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방어벽으로 인해 더욱 더 외로움은 깊어간다.

타인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배제돼 외로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혼자라고 느끼는 것에서 외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외롭지 않고 충만함을 느낀다면 괜찮다. 그러나 가을 외로움이 점차로 심해가는 것 같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가두지 말고 지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보는 것도 필요하고, 새로운 동호회에 가입해서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스산한 외로움의 긴 겨울을 이겨낼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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