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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기생충과 그때 그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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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30 21:14:43 수정 : 2017-11-30 2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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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의 총상을 치료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외과의사 경력 20년 만에 이렇게 큰 기생충을 본 건 처음으로 눈에 띈 기생충만 해도 50마리가 넘고, 큰 것은 길이가 27㎝에 달하는데 회충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맞다, 틀림없이 회충이다.

오래전, 필자가 대학시절 기생충학 강의를 들을 때였다. 학교도서관에서 원서를 읽다가 ‘기생충을 연구하려거든 한국으로 가라’는 글을 읽고, 나도 모르게 빨간 연필로 밑줄을 그은 생각이 난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생충 왕국’이라 할 정도로 한 사람이 회충·십이지장충·편충·요충 등 여러 가지 기생충에 감염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구충제도 없던 시절이어서 나의 어머니는 심지어 뱃속 회충을 죽이겠다고 휘발유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회충 감염률이 0.05%도 되지 않아 봄가을 연례 행사이던 학교 대변검사도 옛이야기가 됐다. 생물실험에 쓰려고 도살장을 기웃거려 보지만 소와 돼지도 구충제를 먹여 이 또한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기생충 보호를 외쳐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회충은 선형동물로 ‘거위’ 또는 ‘거시’라고도 부르는데, 지렁이를 닮았고 큰 것은 30cm에 달한다. 회충은 한살이(일생)가 매우 복잡다단하다. 회충 알이 든 인분을 채소밭에 뿌리면 회충 알이 푸성귀에 묻어 입으로 들어가 위에서 알을 까고, 깬 애벌레(유충)는 소장 벽을 뚫고 들어가 소장에 정착한다.

회충은 자웅이체(암수 딴몸)로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더 길고, 수놈 꼬리 끄트머리엔 뾰족한 뜨개질바늘코를 닮은 교미침(交尾針)이 있다. 때때로 짝짓기를 하느라 한 곳으로 모여 얽히고설켜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로 말미암아 배가 아픈 횟배앓이(거위배)는 흔한 질병이었다. 그런데 요즘 와선 기생충을 배에 키워 체중을 빼려는 사람도 있다 하니 참으로 세상이 희한하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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