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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상폭이멸(尙暴而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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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30 21:17:08 수정 : 2017-11-30 21: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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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은 군대를 정련하는 데 있지 않다. 진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천하를 점령했지만 무력을 남용해 멸망했고, 항우는 폭력을 숭상하다 결국 사라졌다.”(善爲者不師 秦而興兵占領天下 窮兵機式而亡 及項羽尙暴而滅)

중국 송나라 때 문신 이방(李昉)이 황제의 명을 받들어 편찬한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소개된 글이다. 전쟁 준비만 하면 망국에 이른다는 경책을 역사적 사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평화의 소중함은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가능하면 싸움 없이 평화가 담보되는 게 지혜로운 일이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는 ‘전쟁 의도를 공략하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攻謀全勝)’며 이렇게 일러주고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의 용병이다.(不戰降軍上用兵) 적군을 어렵게 만들고 아군 뜻대로 할 수 있으면 어찌 위태롭겠는가.”(窮人達己何危殆)

그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사전 대비책은 무엇일까. 손무의 충고는 계속된다.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을 정상적으로 하고(禦削防侵籍正常), 적의 진영을 공격하는 것을 기습적으로 해야 한다.”(攻營擊陣借奇猖)

북한이 29일 새벽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핵무력 완성’을 위한 내부 시간표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전히 첨예한 북·미 간 입장차 속에 좀처럼 대화의 물꼬가 트이지 않은 가운데 북한이 일정 부분 기술적 보완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향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국제사회를 압박하고 있다는 풀이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계속 거부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으려 하고 있다. 북한 지도층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주력하는 선군정치가 아닌, 주민의 삶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우리의 응전 자세도 긴요하다. “적이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믿지 말고, 적이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잘 갖춰진 나의 대비태세를 믿어라.”(無恃其不攻 恃吾有所 不可攻也)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면 화를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尙暴而滅 : ‘폭력을 숭상하면 망한다’는 뜻.

尙 높일 상, 暴 사나울 폭, 而 말 이을 이, 滅 꺼질 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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