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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北 ICBM 도발과 트럼프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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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9 23:42:16 수정 : 2017-11-29 23: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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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내 아직 ‘대화가 최선의 해법’ 공감대 북한이 75일 만인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우리가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로써 ‘도발-제재-도발’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북 선제타격을 유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한 번 중대한 시험대에 올렸다.

세계 각국은 올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독자적인 ‘트럼프 사용법’을 만들었다.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지만 그를 잘 이용하면 미국의 변화를 견인할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각국이 간파했다. 그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게 미국의 평가이다. 트럼프가 ‘한국 때리기’와 ‘코리아 패싱’을 일삼았지만, 이달 초 한국 국빈방문을 통해 전통적인 우방국의 대통령으로 거듭났다. 미국의 시사매체 애틀랜틱은 “한국인들이 트럼프를 꿰뚫어보았다”고 전했다.

한국 등 세계 각국이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실익을 챙기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나 북한은 시종일관 그의 심기를 건드는 정반대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꿈쩍 않고 트럼프와 벼랑 끝 대결을 계속할 것이라는 게 미국 조야의 판단이다. 북한의 이 전략은 치킨게임에서 트럼프가 끝내 굴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설이 오류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데 북한 전략의 맹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에 전통적인 분석 틀을 들이대면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흔히 국제정치학계에서 미국은 항공모함이어서 서서히 움직인다고 한다. 트럼프가 키를 잡은 미국호는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이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도 맞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사를 친히 살피는 ‘만기친람’식 원맨쇼를 하다 보니 시스템이 작동할 리 없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이제 세계 각국은 미국을 움직이려면 오로지 트럼프의 귀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가 한국, 중국 등 주요 국가 지도자들과의 관계에서 널뛰기 행보를 하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고 애틀랜틱이 지적했다. 그는 멀리 있는 지도자를 겨냥해 비난을 퍼붓다가도 직접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돌변해 ‘이해’와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유화정책’이라고 비판했다가, 한국 방문을 통해 북한에 대화의 길이 열려 있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북한의 파워엘리트는 지금쯤이면 트럼프가 실제로 북한에 군사공격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파격적인 협상을 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을 것이다. 트럼프라는 지도자의 등장으로 북한이 파멸의 길로 갈 수도 있지만 다시없는 생존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접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보여준 행보를 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원하기만 하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연쇄 도발에도 미국 정부 당국자 사이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화와 협상이 최선이고, 최상의 대화 모델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공은 아직 북한 코트에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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