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28일(현지시간) 발간한 ‘가짜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감시·모니터링 시스템’(GSMS) 보고서에서 개발도상국 등 후진국의 약 10개 중 1개는 가짜라고 지적했다. WHO는 영국 에든버러 대학, 런던 위생·열대 의학 스쿨과 함께 세계 88개국의 4만8000여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약 중 10.5%가 가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의 거리에서 불법 판매되다 압수된 약들. WHO 제공 |
WHO 관계자는 “부모가 먹지도 않고 모은 돈으로 아이 치료약을 샀는데 그 가짜 약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면 심정이 어떻겠느냐”며 “부작용을 부르는 불법 복제약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WHO는 특히 의료시스템이 미흡한 국가들이 가짜 약 불법 거래를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의약품안전청(MHRA)은 이날 파이자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처방전 의약품’(POM)이 아닌 ‘약국 의약품’(P)으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봄부터 영국에 사는 18세 이상 성인 남성은 비아그라를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다. 가디언은 다만 심각한 심혈관 질환, 간 손상, 심각한 신장 질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특정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기존처럼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의사에게 발기부전임을 알리고 싶지 않은 남성들이 온라인 등 불법거래에 몰두했고, 가짜 비아그라 유통 규모도 매년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1998년 비아그라가 시장에 나온 이후 가짜 약이나 불법 거래가 확산하면서 범죄자의 배만 불렸다고 덧붙였다.
2006년 100만여건에 달하던 영국 내 비아그라 처방은 지난해 295만여건으로 10년새 3배가량 늘었고, 이 기간 검은 시장 규모도 커졌다. 최근 5년간 영국에서 압수된 불법 비아그라만 5000만파운드(약 722억원)어치 이상이다. 특히 지난해 1700만파운드어치가 압수되는 등 매년 검은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MHRA 관계자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가짜 약을 더 이상 찾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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