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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통합→분산" 4차 산업혁명, 전쟁 패러다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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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5 06:00:00 수정 : 2017-11-24 22: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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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 BQM-167 무인표적기가 하늘로 발사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해방 직후 혼란한 국내 정세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단결을 호소하며 사용했던 이 말은 산업화시대 전쟁이론의 핵심이기도 했다. 통신수단과 무기의 위력이 제한적이었던 산업화시대에서 훈련받은 병사들로 구성된 단일 부대는 군의 전투력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1500년대 유럽을 재패했던 스페인군의 밀집대형인 테르시오(tercio)과 나폴레옹의 군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사단 편제 등 대규모 전쟁마다 등장했던 군제들은 단결력과 응집력을 강조하며 전투력을 강화했다.

반면 분산된 전력이 다양한 방향에서 적을 공격하는 전술은 실패한 적이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해군 잠수함들은 해상을 감시하다 적 선박이 발견되면 근처에 있던 잠수함들이 모여들어 공격하는 늑대떼 전술을 사용했다. 이 전술은 1942년까지 영국을 벼랑끝까지 압박하는데 성공했지만 구축함과 상선을 통합 운영한 연합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통신기술의 발달로 군용 무인로봇과 결합하면서 흩어져 있는 다수의 작은 부대들을 운영하기가 쉬워졌다. 여기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인명피해와 무관한 무인로봇을 전장에 대량 투입하는 방식이 미래전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각광받으면서 다수의 무인로봇을 실시간으로 통제, 작전을 수행하는 스웜(Swarm)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카메라를 장착한 초소형 드론이 사진촬영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벌떼처럼 날아올라 적군을 단숨에 무력화

스웜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벌떼에서 유래한 비대칭 전쟁개념으로, 평소에는 분산되어 있지만 명령이 내려지면 다수의 무인로봇들이 다양한 방향에서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 무력화한다.

스웜 전쟁 개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는 드론이다. 저가의 소형 드론 수백대를 동시 투입해 적군이 반격을 시도하기 전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적 전쟁지도부 제거를 위해 특수부대가 침투하기 전 적의 방공망을 드론 자폭공격으로 파괴하거나 바다에 떠 있는 적 대형함정에 드론들을 발사, 격침시킨다. 아군의 인명피해가 없고 비용이 저렴한데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의한 실시간 통제기술과 AI 덕분에 운영요원규모도 최소화할 수 있다. 첨단 정찰장비를 장착하면 상황 오판에 따른 작전 실패 가능성도 낮출 수 있어 선진국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스웜 개념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전투 현장에 AI를 갖춘 소형 드론을 대거 투입해 적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전략능력실(SCO)은 지난 해 10월 F/A-18 전투기 3대에서 투하한 페르딕스 마이크로 드론(Perdix micro-drones) 103대를 동원한 실험에 성공했다. AI를 갖춘 페르딕스 드론들은 비행과정에서 상호 협력하며 집단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자연 상태의 새떼와 유사하게 움직였다. 미국 해군도 지난해 7월 저비용 무인기 군집기술(LOCUST)을 채택한 코요테 드론 30대를 동원해 시험을 실시했다. 코요테는 짧은 간격으로 연속으로 발사되어 무리 지어 비행하면서 상호 교신과 정보 송신이 가능하다. 발사 이후에는 전문 요원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상태에서 움직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소형 미사일로 변신해 가미카제식 공격도 할 수 있다. 
미국 공군 드론 조종사가 오하이오주 라이트 패터슨 공군기지에서 드론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중국도 국영 방위산업체 전자과학기술그룹(CETC)이 지난 6월 119대의 드론을 동원해 비행시험을 실시하는 등 스웜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해안에서 일정 범위 안에 적 해군이 진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반(反)접근 거부전략(A2AD:anti-access, area denial)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3년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DF-21 대함 탄도미사일(사거리 3000㎞)을 배치했다. 하지만 미국 해군이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SM-3․SM-6 요격미사일을 배치하자 이를 뚫을 새로운 공격 수단으로 스웜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이 일대에 투입될 미국 해군 핵추진항공모함에 드론떼 공격을 감행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만용 드론을 일시에 대량으로 투입해 미국 해군을 혼란에 빠뜨린 후, 공격용 드론을 벌떼처럼 투입해 항공모함을 제압하는 방식이다. 드론떼 공격이 현실화되면 미국 해군은 미사일이나 항공기 공격을 막는데 중점을 둔 이지스 전투체계와 SM-3/SM-6 요격미사일로는 방어가 어려워 중국 해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작전을 진행해야 한다.

◆ 軍, 스웜 전쟁개념 주목…북핵 대응 적용 검토도

우리 군도 AI와 군집 운용기술을 통한 소형 드론의 대량 운용 및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주목, 관련 개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하에 열린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에서는 드론떼 공격을 통한 북한군 공기부양정 상륙 저지, 북한 해안포와 레이더 제거, 적 전쟁지도부 공격,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 대응전략인 대량응징보복(KMPR) 과정에서 드론떼의 역할 등에 대한 개념들이 제안됐다.
미국 해군 드론 조작사들이 USS 샌디에이고 상륙함 함상에서 RQ-21 무인기를 발사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우선 전쟁 초기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기 위해 다수의 기만용 드론을 동시에 투입해 북한 레이더를 혼란시키거나 파괴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제외하면 공군 전투기가 북한 후방지역에 침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드론을 이용해 북한 방공망을 마비시키면 공군의 지상폭격이 훨씬 용이해질 전망이다.

북한 후방 해안지역인 원산이나 남포 등에 한미 해병대가 상륙작전을 펼칠 때도 드론떼 공격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해병대가 북한 해안에 접근하면 북한군의 레이더와 지대함 미사일이 해병대의 상륙을 저지하게 된다. 해안에서 먼 거리에 위치한 함정이나 수송기에서 다수의 소형 드론을 동시에 발사해 상륙해안에 배치된 북한군을 공격하면 전투기의 폭격과 해군 함정의 포격 지원이 용이해진다.

북한군의 서북도서 공격을 방어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더욱 크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서북도서는 북한군 도발시 즉각적인 지원을 받기 힘들다. 공기부양정과 상륙정에 탑승한 북한군이 서북도서를 공격하면 육군의 AH-64E 공격헬기와 해군 유도탄고속함, 공군 전투기 등이 대거 투입되는 것이 기존 작전이다. 하지만 드론떼 공격작전이 적용되면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북한군의 상륙 기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제거에도 드론떼 공격이 쓰일 수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가하면 탄도미사일 발사차량(TEL)이 나타날만한 지역에 투입되어 감시활동을 하면서 이동경로를 위성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전송한다. 미사일 발사가 임박하면 수송기 등을 통해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공격용 드론을 투입, 발사 전 무력화한다. 
드론 포획훈련을 받은 독수리가 비행중인 소형 드론을 발톱으로 포획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북한 전쟁지도부를 무력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에서는 특수작전부대와의 합동작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곤충이나 벌레 크기의 초소형 드론을 북한 전쟁지도부가 은신한 지하시설 환풍구에 투입해 내부 동향을 정찰하거나 핵심 인물을 제거하는데 쓰일 수 있다. 특수작전부대가 수송기에 탑승해 북한 후방지역으로 침투하기 전 북한 방공망을 파괴해 침투 경로를 확보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특수작전부대의 작전에 스웜 개념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수작전부대를 작게 쪼개 분산 배치했다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면 탄도미사일 발사차량(TEL) 운용이 가능한 지역이나 이동 경로에 다수의 부대를 배치한다. 이들은 첨단 센서와 소형 드론 등을 운용해 이전보다 향상된 감시정찰능력을 갖게 된다.

스웜 개념은 우리 군의 작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개념이다. AI를 갖춘 소형 드론의 대량 운용을 통해 위험한 임무 수행에 따른 조종사의 위험부담을 낮추고, 다양한 방향에서 적의 핵심을 단시간 내 공격해 지휘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군은 스웜 개념에 의한 소형 드론 대량 운용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무기로 개발해 미래 전장 환경 변화 대응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인전투체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부대구조를 개편하고 관련된 전술을 확립하며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미래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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