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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디지털 경제… 돌팔매를 맞다

입력 : 2017-11-25 03:00:00 수정 : 2017-11-24 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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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적 인터넷기업 ‘구글’
일자리 만들고 수익 블로거 배분
함께 성장하는 사람에게만 혜택
소외 주민들 피켓 들고 저항운동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김병년·박홍경 옮김/사일런스북/1만7000원
구글버스에 돌을 던지다/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김병년·박홍경 옮김/사일런스북/1만7000원


2013년 12월 아침,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션(Mission)지구 주민들은 한 차량 앞에 드러누워 통행을 막았다. 캘리포니아는 대중의 저항운동이 드문 곳이지만, 이들의 표적은 예사롭지 않았다. 바로 ‘구글’의 통근버스였다. 이들은 ‘젠트리피케이션 기업 물러가라’는 피켓을 흔들며 버스를 향해 돌을 던졌다.

구글은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기업으로 꼽힌다. 대학기숙사의 실험실에서 출발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블로거와 유튜버(Youtuber)들에게도 광고수익을 배분했다. 구글 본사가 위치한 미션지구는 최신 정보에 밝은 사람들과 기술 전문가들이 유입되면서 활기차고 안전한 도시로 변모했다. 이렇듯 ‘성장’은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구글 통근버스를 가로막은 저항운동에 대해 지역의 빈부격차가 빚은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미디어학자인 더글러스 러시코프 뉴욕시립대 퀸스 칼리지 교수는 ‘성장의 덫’에 걸린 경제체제의 폐해라고 봤다. 그는 신간 ‘구글버스에 돌을 던지다’에서 오늘날의 산업이 디지털기술의 발전을 이뤄냈지만, 경제체제의 근본은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성장’에 목을 매고 있는 데서 모든 문제가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러시코프 뉴욕시립대 퀸스 칼리지 교수는 ‘지속가능한 번영’을 추구하는 디지털 분산경제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는 오늘날의 경제체제를 ‘산업주의의 헌 부대에 담은 새 술’이라고 비유한다. 그는 디지털 산업주의에서의 편향이 독점과 착취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이 개별 경제주체들 간의 통상을 방해하고 경제권력의 금고로 빠져나가는 형태라는 것이다.

일례로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의 사례를 제시한다. 트위터는 서비스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트위터는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주주들은 트위터가 게시물에 광고를 넣거나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벌 방법을 요구했다. 트위터가 SNS로 성공했는데도, 더 많은 돈을 투자해 그 이상의 수익을 내도록 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경제를 장인경제시대(1000∼1300년)와 산업경제시대(1300∼1990년)를 지나 디지털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한 디지털 산업경제시대(1990∼2015년)로 분류한다. 문제는 산업시대와 디지털 산업경제시대에는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성장’이라는 목적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저자는 여전히 성장에 매몰된 디지털 산업경제시대의 여러 문제를 지적한다. 노동의 자동화, 인간 가치의 절하, 독점 플랫폼의 구축, 투기적 엑시트(Exit·투자금액 회수) 등이다. 이 같은 문제는 아마존과 우버와 같은 기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산업경제를 넘어 디지털 분산경제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분산경제의 목적은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번영’이다. 플랫폼은 어느 한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공유한다. 인간에게서 가치를 추출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창출한다. 자금은 더 많은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대신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조달할 수 있다. 세계적 규모를 목표로 했던 디지털 산업경제시대의 기업과는 달리 디지털 분산경제에서는 기업의 규모를 전략적으로 제한한다. 기존의 화폐 대신 비트코인이나 지역화폐 같은 새로운 개념의 화폐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이런 형태로 움직이는 기업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한 디지털 경제에서 다른 디지털 경제로 이행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성장은 이자를 머금은 화폐와 벤처캐피털의 필수조건이지만 비즈니스와 통상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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