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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달 탐사 위한 모든 계산해낸 인간컴퓨터 여인들

입력 : 2017-11-25 03:00:00 수정 : 2017-11-24 2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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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홀트 지음/고정아 옮김/알마/1만8500원
로켓 걸스/나탈리아 홀트 지음/고정아 옮김/알마/1만8500원


우주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 더 많다. 인류는 이 사실을 알아낸 후에야 우주를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이것은 인류가 우주에서 큰 도약을 이뤄낸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1969년 7월21일 모두의 시선이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에게 집중된 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통제실에는 ‘인간 컴퓨터’라 불린 여성들이 있었다.

신간 ‘로켓 걸스’는 달 착륙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과학기술자들의 헌신과 노력을 조명하는 책이다. 1950년대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 근무했던 이들은 미사일을 띄우고, 달에 우주선을 보내고, 행성을 탐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계산을 책임졌다.

JPL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모이면서 ‘로켓 걸스’ 양성소로 변모했다. 당시 대다수의 여성은 교사나 간호사, 비서 등 제한된 선택지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꿨지만, 이들은 뚜렷한 종착지가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무한한 호기심과 연대감으로 뭉쳐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로켓 걸스는 단순한 로켓 연구 집단에 그치지 않았다. 애플이나 IBM이 메모리를 갖춘 중앙처리장치라는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를 만들기 전까지 ‘컴퓨터’는 계산작업을 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이들은 단지 종이와 연필만으로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풀어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남녀집단이 ‘탄도 컴퓨터’로 일하며 전쟁에서 쏘는 기관총과 박격포의 사거리를 계산했고, 대공황 시대에는 450여명의 인원이 미국 정부의 컴퓨터로 일했다. 로켓 걸스는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을 비롯해 태양계 탐사선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임무를 주도했다.

이들은 복잡한 계산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빠를 수 없었다. 로켓엔진 발사는 불과 몇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한 번의 실험을 분석하기 위해 인간컴퓨터들은 일주일 이상 작업에 매달렸다. 이들의 작업 결과물은 쌓여가는 노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한 차례의 실험이 끝나기까지 6∼8권의 노트가 쌓이는 것은 기본이었다.

JPL의 컴퓨팅 부서는 메이시가 팀장을 맡으면서 100% 여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당대 사회에서 많지 않았던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에게는 남성 중심의 사회분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우주공간을 뚫고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컴퓨터들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아슬아슬하게 조화시켰다.

이들의 삶은 시대의 광풍을 비켜가지 못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수식과 기호를 푸는 데 몰두했던 이들의 삶도 전쟁, 냉전 등과 무관할 수는 없었다. 책은 이밖에도 JPL 창립멤버였지만 매카시즘 광풍에 중국으로 쫓겨간 뒤 ‘중국 로켓의 아버지’가 된 첸쉐썬이나 2차 세계대전 전범이었으나 미국으로 넘어와 로켓 개발에 공헌한 베르너 폰 브라운의 이야기 등을 흥미롭게 전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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