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현태기자의 와인홀릭] 칠레 와인은 과연 가성비만 뛰어난 와인일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11-24 07:35:52 수정 : 2017-11-24 10:57: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칠레 아콩카구아 밸리서 프랑스 론 스타일 시라를 느끼다 /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 와인메이커 프란치스코 배티그 인터뷰

에라주리즈 대표 프리미엄 와인들.
칠레 와인은 뛰어난 가성비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1850년대 이미 와인 생산자 조직이 탄생했을 정도로 미국보다도 와인의 역사가 오래됐죠. 칠레 원주민들은 원래 와인을 마시던 민족은 아닙니다. 따라서 칠레는 와인산업 초창기부터 수출 지향적으로 와인을 만들었답니다. 큰 기업들이 잘 팔릴만한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블렌딩하는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과 화이트 품종인 샤도네이를 선택해 대량 생산에 나섰습니다. 아직도 에라주리즈, 콘차이토로, 산타리타 등의 대형 와이너리들이 칠레의 와인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
칠레가 이처럼 와인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천혜의 떼루아 덕분입니다. 떼루아는 토양, 기후, 고도, 일조량, 일교차 등 포도밭을 둘러싼 환경을 뜻하는데 칠레는 포도가 잘 자랄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칠레 대표 생산지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의 경우 미국 나파밸리보다 훨씬 건조하지만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이 봄이면 녹으면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죠. 또 너무 덥기만 한 곳도 아닙니다. 태평양의 험볼트 한류와 안데스 산자락이 신선한 공기를 내륙으로 불어줘 포도는 잘 익으면서도 뛰어난 산도를 지니게 됩니다.

칠레 대표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43%)과 메를로(12%)로 전체의 55%에 달합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 칠레 토착 품종으로 여겨지는 까르미네르(11%) 입니다. 원래 프랑스 보르도가 고향인데 춥고 습한 기후에 약하고 아주 늦게 익는 만생종이라 필록세라가 유럽을 휩쓴 이후 보르도에서는 거의 소멸되고 칠레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색이 짙고 탄닌이 높은 풀바디 와인으로 빚어지는데 허브와 고추향이 특징입니다. 칠레에서는 처음에는 이 품종을 메를로로 알고 있다가 DNA 검사를 통해 완전히 다른 품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1994년부터 카르미네르로 구분하고 있답니다.

칠레가 최근 보르도 블렌딩에 살짝 변화를 주면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품종이 1996년부터 재배를 시작한 시라(8%)입니다. 칠레의 온난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스파이시한 호주 스타일의 시라가 빚어지고 서늘한 해안지역에서는 프랑스 론 지방같은 우아한 스타일의 시라가 생산됩니다. 칠레는 이런 론 스타일의 시라 와인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시작해 평론가들은 앞으로 칠레 시라의 품질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답니다.

아콩카구아 밸리 위치.
칠레를 대표하는 산지는 수도 산티아고 아래쪽 센트럴 밸리로 마이포 밸리, 카차포알Cachapoal)과 콜차구아(Colchagua)로 이뤄진 라펠 밸리(Rapel Valley), 마울레(Maule) 등입니다. 마이포 보다 위쪽에 있는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는 주변에 선인장이 자랄 정도로 칠레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산지여서 주로 알코올이 높고 탄닌이 강한 와인 생산됩니다. 이곳의 터줏대감이 칠레 와인산업을 초기부터 이끌고 있는 에라주리즈(Errazuriz)입니다. 1870년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Don Maximiano Errazuriz)가 설립한 에라주리즈는 아콩카구아와 마이포 밸리를 토대로 140여년 동안 5대째 와인을 빚고 있는 칠레 대표 와이너리랍니다. 아콩카구아 밸리는 마이포보다 북쪽이고 고도도 낮지만 바다와 가까워 더 서늘하며 산도가 좋은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까르미네르가 생산됩니다.

라 쿰브레(La Cumbre).
에라주리즈가 아콩카구아밸리에서 시라 100%로 빚은 아이콘 와인 라 쿰브레(La Cumbre)는 칠레 최조의 프리미엄 시라로 꼽히는데 ANA 항공 퍼스트 클래스 와인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산의 정상’을 뜻하는데 라벤더, 바이올렛 등 꽃향과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 베리의 과일향, 후추향이 어우러진 풍부한 아로마가 매력입니다.

카이(Kai).
카이(Kai)는 카르미네르에 쁘띠 베르도 4%를 섞은 와인으로 블렉베리, 잘 익은 무화과 등 말린 과일 풍미와, 붉은 후추, 다크 초콜릿, 로스팅한 커피향이 어우러진 복합미를 선사합니다. 카르미네는 포도가 완숙되면 잎이 선홍색으로 물드는데 아주 잘 익은 카르미네르를 사용한다는 의미로 붉은 잎을 레이블에 담았습니다.

돈 막시미아노(Don Maximiano).
돈 막시미아노(Don Maximiano)는 4명의 칠레 대통령을 배출한 에라주리즈 가문에 헌정하는 와인으로 창시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와인입니다. 품종별로 최고의 밭에서 골라 블렌딩하는데 스파이시한 후추향이 특징이며 붉은 과일향과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산도가 돋보입니다. 풍성한 블랙체리, 블랙베리와 말린 과일의 섬세한 향, 삼나무의 향이 조화를 잘 이루고 트러플과 정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네도 채드윅(Vinedo Chadwick).
비네도 채드윅(Vinedo Chadwick)은 에라주리주 현 오너인 채드윅(Chadwick) 회장이 폴로 칠레 국가대표이자 에라주리즈의 근대화를 이끈 부친 알폰소 채드윅(Alfonso Chadwick)에게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레이블을 자세히 보면 말에 올라탄 폴로 선수가 그려져 있습니다. 부친이 폴로 경기장으로 사용하던 곳을 포도밭으로 조성, 여기서 자라는 포도로 비네도 채드윅을 만듭니다. 세계 10대 카베르네 소비뇽 명산지인 마이포 밸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빚은 와인으로 비네도 채드윅 2014 빈티지는 저명한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칠레 와인 최초로 100점을 줬을 정도로 명성이 높답니다. 체리, 산딸기 등 잘익은 붉은 과일향과 견과류, 시가 박스 향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탄닌은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세련되며 입안을 꽉 채우며 피니시는 길게 이어집니다.

한국을 찾은 에라주리즈 총괄 와인메이커 프란치스코 배티그(Francisco Baettig).
이런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역사를 만드는 ‘살아있는 전설’이 에라주리즈 총괄 와인메이커 프란치스코 배티그(Francisco Baettig)입니다. 최근 그를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 베라짜노 만나 칠레 최고의 와인이 탄생되는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2003년 비냐 에라주리즈의 수석 와인메이커로 나선 그는 돈 막시미아노, 세냐, 비네도 채드윅 등 에라주리즈의 명품 와인들을 진두지휘해 에라주리즈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던 인물입니다. 칠레대학교에서 농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 보르도대학교 포도주 양조학 석사를 거쳐 프랑스, 미국, 호주, 칠레의 다양한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11년 칠레 길드에서 선정한 올해의 와인 메이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토양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돈막시미아노는 5개의 빈야드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드는데 이런 토양의 다양성은 와인 제조에서 와인 특성을 다양하게 해주는 특징이 있죠. 프랑스의 좋은 와이너리의 산지는 충적토로 흙이 켜켜이 다른 흙들로 이뤄져 있어요. 이러면 포도 나무가 뿌리를 내렸을때 여러 다른 토양의 성분을 흡수하게 되죠. 에라주리주의 포도밭들도 더 깊은 곳은 진흙 등 다양한 토양이 충적토로 이뤄져 있답니다. 또 높은 고도를 이용하기 위해 언덕 지형을 이용해 포도를 생산하는데 배수가 잘되는 자갈토여서 카베르네 소비뇽 등 국제 품종 잘 생산되는 조건을 지니고 있어요”. 

좋은 일조량과 서늘한 밤 기온, 높은 고도 등도 뛰어난 와인이 생산되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한류 영향으로 찬 바닷바람 들어와야 산도가 좋은 포도가 생산돼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량이지만 밤에는 해류와 산맥에서 차가운 기운이 모여야 와인 만들기 좋은 조건이 된답니다. 마이포가 고도는 더 높지만 아콩카구아는 험볼트 해류때문에 마이포 보다 더 서늘한 산지에요. 따라서 서서히 익어서 산도가 유지돼야 하는 와인은 아콩카구아 밸리에서 나오죠. 또 프리미엄 산지에서는 자연적인 물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이 있거나 비가 내리는게 중요하죠. 아콩카구아는 이런 자연수를 이용할 수 있답니다”.

마이포 밸리에서 빚는 비네도 채드윅은 주로 날카로운 도시 남자 스타일의 와인으로 빚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들지만 어떻게 매우 우아하고 뛰어난 풍미의 반전 매력을 지니게 되는지 궁금했다. “마이포 밸리 특성상 까르미네르는 너무 추워서 잘 익지 않아요. 카베르네 소비뇽이 그쪽 지형과 기온 잘 맞죠. 토양 자체가 자갈토라 배수가 잘되고 뿌리가 깊숙하게 내려 토양 아래까지의 영양분을 끌러 올려 복합미를 두루 갖춘 포도를 얻을 수 있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