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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유골 은폐에서 드러난 공직자의 무사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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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3 23:52:18 수정 : 2017-11-23 23: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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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을 발견하고도 나흘이나 지나 유가족에게 통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세월호 객실 구역에서 꺼낸 반출물을 씻어내던 중 사람 손목뼈로 추정되는 2~3cm 크기의 뼛조각 한 점을 발견했다. 당시 수색 현장을 지휘하던 해수부 간부는 유골이 나온 사실을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은 다음날인 18일 ‘시신 없는 영결식’을 치렀다. 유가족에게 유골 수거 사실을 알린 때는 21일이다. 앞서 유가족들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부담 등을 고려해 전남 목포 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 간부는 “사람 뼈인지 아닌지조차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미수습자 가족의 심적 동요가 우려돼 미리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 간부가 미수습자 추모식과 장례 지연을 우려해 유골 발견 사실을 유가족에게 통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유가족들의 아픔보다는 자신과 조직의 안위만 생각하는 보신과 무사안일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 단체는 어제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자행됐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일부 유가족은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야당도 일제히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주무 부처인 해수부장관 해임까지도 가야 할 사건”이라며 성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희생자 가족과 국민께 깊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은폐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해수부 직원의 행태는 정권이 바뀌어도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문재인정부가 과거 정부를 향해 적폐 청산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지만 정작 화급한 일은 공직사회에 팽배한 이런 보신과 무사안일이 아닌가. 대통령, 총리, 장관이 일제히 나서 소리치는 것보다 공직사회의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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