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와우리] 자유를 향한 갈망은 총알도 못 막는다

관련이슈 세계와 우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11-23 21:12:57 수정 : 2017-11-23 21:12: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 성공, 北엔 악몽·주민엔 구원 / 이번 北 병사 ‘JSA 귀순’이 입증 / 정부, 자유롭게 北 주민 포용하는 / 진정한 대북정책을 본격 펼쳐야 11월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북한군 병사가 탈주한 것이다. 지프를 타고 도망 나오다가 차가 배수구 턱에 걸렸다. 병사는 차를 버리고 남쪽으로 도망쳤다. 경비를 서던 북한군의 총알이 빗발쳤다. 북한군 병사는 총을 맞고도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넘어왔다.

북한군 병사의 도주와 북한 경비병의 사격은 JSA를 지키던 우리 군에도 목격됐다. 그러나 총격이 벌어진 지 16분이 지나서야 쓰러진 병사를 발견했다. 결국 사건 발생 40여분 만에 귀순병사를 확보한 후 헬기로 긴급히 후송해 소생에 나섰다. 귀순병사의 몸은 누더기가 돼 있었다. 무차별 사격으로 허파와 장기 등이 총알에 뚫렸다. 수술만도 버거운데 기생충이 병사를 괴롭게 했다. 기생충 수십 마리가 상처 부위를 갉아먹으며 가뜩이나 힘든 몸을 어렵게 했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구충약조차 먹을 수 없는 북한의 의료 사정을 감안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처참한 북한인권의 단면이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 군의 대응을 놓고 문제가 됐다. 왜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우리 군은 이를 놓고 JSA의 독특한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임무전환에 따라 JSA의 경비는 우리 군이 병력을 제공하지만 통제는 미군이 한다. 이에 따라 JSA 경비대대는 미군 대대장과 우리군 대대장으로부터 동시에 통제받는 구조이다. 즉 교전은 우리 군이 하지만 교전 여부의 결정은 미군이 해야 하는 모순된 구조이다. 만약 북한군의 사격이 우리 병사와 시설을 정확히 노리고 이뤄진 것이라면 응당 대응사격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군 내부의 총격으로 의심되는 사태에 대해서까지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다. 애초에 JSA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라, 양측의 정전대표가 회담을 하기 위해 별도로 설정하고 같이 지키는 구역이다. 그래서 공동경비구역이라고 부른다. 자칫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대응사격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능한 다른 조치도 있었다. 경고사격이다. 대응사격이란 적의 사격에 대응해 이를 제압하는 사격으로 교전행위이지만, 경고사격은 도발을 하면 제압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그래서 최소한 경고사격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북한군의 치열한 기세에 눌려 현장대응에서 주저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일이다. 최소한 대한민국 군대가 지키고 있는 영역에서는 함부로 총격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군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군사학
귀순병사가 우리 측 구역에 왔음을 즉각 알지 못하고 구조까지 시간이 걸렸던 점도 아쉽다. 더 큰 문제는 군의 대응이다. 귀순병사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대대장이 직접 포복해 구조해왔다는 미담이 강조되기도 했다. 애초에 작전을 지휘해야 할 대대장이 직접 현장으로 나가서 수습한다는 것도 전술적 상식에 맞지 않을뿐더러, 차마 병사를 보낼 수 없었다는 생각이 미담화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우리 군은 침착하게 잘 대응했다. 굳이 미담을 스스로 설명하지 않고 사실만을 담담하게 모두 보여주었다면 불필요한 잡음이 없이 우리 군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정한 교훈은 북한 체제의 잔혹성에 있다고 하겠다. 탈출하려는 자는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독재체제의 잔혹함이 JSA 내에서 마구잡이 총격을 일으켰다. 우리 군이 지키고 있는 JSA 앞에서도 이런 정도라면 평상시에는 얼마나 더 잔혹하게 탈주자를 막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북한군의 총탄세례와 잇단 수술을 이겨낸 귀순병사는 드디어 의식을 차렸다고 한다. 깨어난 병사가 처음으로 한 말은 남한노래가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소위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그 어떤 억압적인 체제도 자유를 향한 갈망을 없앨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성공이야말로 북한 독재정권에는 악몽이자, 북한 주민에게는 구원임을 이번 JSA귀순사건이 입증했다. 정부는 자유롭고 정의롭게 북한 주민을 포용하는 진정한 대북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군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