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잃은 지구의 밤…'빛 공해'에 시달리는 현대인

연구팀 "인공조명으로 야간에 밝은 지역 면적 매년 2%이상 ↑"

인공조명에 의해 지구의 밤이 매년 더 밝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 연구팀이 지구의 밤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 결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야간에 인공조명으로 밝혀진 야외 공간의 면적이 매년 2% 이상 늘어났다.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센터 연구원 크리스토퍼 카이바 박사와 영국 엑서터대 케빈 개스튼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복사계(輻射計·야간 조명도 측정 장치) 자료를 분석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EPA=연합뉴스

분석 결과 미국이나 스페인 등 "세계에서 가장 밝은 국가들"에서는 인공조명으로 야간에 밝아진 지역의 면적에는 변화가 없었고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은 최근 몇년새 야간에 더 넓은 지역이 밝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리아나 예멘 등 내전이 계속되는 국가들에서는 야간에 '빛 공해'에 시달리는 지역의 면적은 오히려 줄었다.

BBC방송은 위성사진으로 본 지구의 밤 모습은 인공조명으로 반짝이며 아름다울지 몰라도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사협회(AMA)는 저질 LED조명이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ED 조명이 방출하는 청광(Blue Light)이 수면 유도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인공조명이 야행성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을 방해해 농작물 수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밤 위성사진. NASA 제공=연합뉴스

카이바 박사는 친환경 LED 조명으로 옮겨가는 최근 세계 추세를 고려해 복사계 측정 기록에서 야간에 밝게 빛나는 지역의 면적이 매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LED조명기기가 방출하는 청광은 미 항공우주국의 복사계가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의 예상과 달리 복사계가 측정한 야간에 밝은 지역의 면적은 매년 꾸준히 늘었다.

연구팀은 측정 자료에는 LED 조명에 의해 야간에도 환한 지역은 제외된 만큼 빛공해에 노출되는 지역은 실제로는 훨씬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스튼 교수는 "이제 유럽에서는 야간 불빛이 없는 자연적인 밤하늘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빛을 필요한 지역에 필요할 때 비추고 불필요한 곳에는 낭비하지 않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이바 박사는 도심의 조명을 현재 수준보다 조금 어둡게 조정하더라도 시야 확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간의 시각은 불빛의 양이 아니라 명암의 차이에 좌우된다"며 "야외에서 번쩍이는 가로등을 없앰으로써 명암의 차이를 줄이면 적은 양의 빛으로도 더 잘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