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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인간의 숙명,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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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3 21:12:23 수정 : 2017-11-23 23: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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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틀층, 고체로 보이지만 흘러가는 성질 / 판·지층 변형 용수철 늘어나는 것과 비슷
며칠 내내 계속 퍼붓는 폭우는 홍수의 전조일지 모른다. 지독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 우린 산불의 발생을 걱정한다. 큰 피해를 일으키는 이런 자연재해는 그래도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현상이 동반되기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불시에 찾아오는 지진은 발생 시기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 가공할 파괴와 희생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지진의 발생을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동물의 움직임이나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분노로 설명하곤 했다.

오늘날 인류는 지진이 지구라는 행성의 생물에게 씌워진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각은 평균 두께가 100㎞ 정도인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된 판의 껍질에 해당한다. 지구물리학자들은 현재 10장으로 나뉜 판이 지구를 덮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판들은 맨틀이라는 유동성 있는 구조 위에 ‘떠’ 있다. 유동성은 유체가 흐르는 속성을 의미하지만 물이 흐르는 것과는 다르다. 맨틀층은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의 스케일로 보면 단단한 고체로 보이나 수백만 년, 수억 년의 시간 속에서만 흘러가는 성질이 뚜렷이 확인된다.

물을 끓이면 뜨거워진 물이 올라가고 표면에서 식은 물이 다시 내려오듯 맨틀 역시 유동성으로 인해 동일한 대류 현상, 즉 상승과 하강을 나타낸다. 이 위에 놓인 판들은 맨틀의 흐름에 의해 1년에 수㎝씩 움직이며 서로 만나는 경계에서 격렬한 지각활동을 유도한다. 가령 판 경계에 놓인 일본의 경우, 태평양 쪽의 해양판이 육지 쪽 대륙판과 만나 그 아래로 들어가며 서로를 변형시킨다. 이런 변형이 판을 구성하는 암석들이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어긋날 때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다. 한국은 판의 경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지만 판의 내부에도 과거의 지각활동에 의해 지층이 어긋나 있는 단층이 존재한다. 이에 한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판 내부 지진에 해당된다.

접촉하는 판과 판, 혹은 단층으로 나뉜 양쪽 지층을 간단한 용수철 모델로 비유해 보자. 판 경계나 단층이 서로 어긋나는 방향으로 힘이 가해져도 접촉면의 마찰과 접착으로 인해 양쪽의 암석층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변형이 일어난다. 판이나 지층의 변형은 용수철이 늘어나는 상황과 비슷하다. 용수철이 계속 늘어나면 원래 형상으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이 커지듯이 암석층의 변형이 커질수록 원래 형상을 회복하려는 힘도 증가한다. 판이나 지층의 접촉면이 변형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순간 순식간에 미끄러져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변형하는 동안 축적된 에너지가 풀려나 지각의 격렬한 요동을 일으킨다.

공상과학(SF) 작가인 아서 클라크가 쓴 소설을 보면 핵폭탄으로 판들을 용접해서 지진을 막으려는 계획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지구가 형성된 때부터 내부에 품어온 열, 이에 더해 지구 내부 방사성 물질의 붕괴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열이 지구를 데우고 맨틀을 움직이는 한 이 위에 올라타 서서히 움직이는 판의 격렬한 충돌과 지각의 변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면에서 지진의 안전지대에 산다고 믿어 온 우리에게도 지진 발생은 이제 풍부한 가능성을 넘어 필연적으로 부딪혀야 할 현실이 된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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