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부터 직장 입사 때까지 우리의 조직문화는 신입 연수나 환영회에서 신입에게 장기자랑을 강제해 왔다. 신입이 자발적으로 장기를 자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대개 음주나 가무(歌舞)를 동반하는 환영식에서 신입이 집단적으로 ‘조율된 장기’를 보이는 식이다. 이렇게 환영받을 사람이 환영해야 할 사람 앞에서 펼치는 일방향적 쇼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지 의문이다. 장기를 ‘연습’해야 하는 신입은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다.
신입 장기자랑이 조직의 단합과 결속력 형성에 기여한다는 변명은 궁색하다. 개인의 자발성을 유도하면서 단합과 결속력을 불러오는 세련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강제된 집단의식을 통해 내부 결속을 기대해야 하나. 글로벌 기업의 신입 연수나 환영회만 봐도 한국식 집단 체험은 낯설다. 그토록 운운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왜 여기서는 찾기 어려운지 곱씹어 볼 일이다.
최시영·서울 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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