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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눈치 볼 것 없다”는 국회의원들의 안하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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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2 23:45:40 수정 : 2017-11-22 23: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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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8급 보좌진 1명을 늘리는 ‘국회의원 수당 법률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주고받은 말들이 가관이다. 지난 15일과 17일 있었던 비공개 운영위 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어차피 여론이라는 것은 며칠 지나면 없어진다”며 “이참에 4급이 둘이니 3급으로 하나 바꾸고, (인턴을) 8급·9급 정규직으로 딱 전환하자”고 말했다. 같은 당 이동섭 의원은 “국회가 너무나 언론의 눈치를 보고 당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우리 다 새벽 6시에 나와서 힘들게 일하지 않느냐. 3D 업종 중 하나인데 너무나 국민 눈치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당당하자”는 말도 했다. 운영위는 일사천리로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8급 보좌관 증원은 의원별로 2명씩 두는 인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나왔다. 계약기간이 2년인 인턴의 대량 해고 사태가 매년 되풀이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인턴 1명을 정규직인 8급 비서로 바꾸자는 것이다. 보좌진 증원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인턴 1명을 8급 비서로 전환하려면 60여억원의 예산이 더 들어간다. 이 돈은 국회의원 호주머니가 아니라 국민 혈세로 충당돼야 하는 만큼 당연히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 눈치를 안 보겠다는 오만한 발상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의원들의 발언은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전형이다. 전직 고위 공직자의 ‘민중 개·돼지’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국민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자”고 말하는 것을 보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 행세를 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회의원이 ‘3D 업종’이라는 주장도 금시초문이다. 이 말에 동의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이런 황당한 얘기가 나와도 다른 의원들의 지적이나 반성은 아직 없다.

국회의원들은 온갖 정쟁을 일삼다가도 제 밥그릇 챙기는 일에는 의기투합한다. 밀실에서 세비 인상을 밥 먹듯이 해온 그들로서는 8급 비서 증설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국회가 손가락질 받는 이유는 딱 하나다. ‘국민 이익엔 등신, 자기 이익엔 귀신’ 같은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선량들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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